부천 화재 '810호 비밀' 풀렸다…에어컨 누전,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현예슬 2024. 8. 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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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지난 22일 대형 화재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의 호텔 객실이 까맣게 타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4.8.25/뉴스1


7명이 사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객실 내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는 에어컨 누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화재는 장시간 가동으로 인한 과부하나 낡은 전선에 먼지 등 이물질이 꼈을 때 주로 발생한다.

당시 발화지점인 810호 에어컨은 벽걸이형이었다. 그 아래에는 소파가 있었고, 바로 옆에 침대 매트리스가 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면 실내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이른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과거 한국방재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대 매트리스는 TV보다 불이 커지는 속도가 490배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흔히 불에 잘 탄다고 알려진 나무 재질의 책상보다는 230배, 서랍장보다도 9배나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810호 객실에서 에어컨 불똥이 처음 튄 소파의 경우 매트리스보다는 불이 커지는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낮지만, 다른 집기류에 비해서는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불이 난 810호 객실이 침대가 없는 온돌방이었다면 에어컨에서 불이 처음 붙었어도 누군가가 발견해 소화기로 끌 수 있을 정도의 화재로 끝났을 것"이라며 "에어컨 주변에 있던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제품인 매트리스는 불에 타면 나무 재질의 가구보다 유독가스가 훨씬 많이 나온다"며 "숙박업소의 매트리스는 방염 성능 기준을 적용해 난연 제품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자는 "810호 에어컨에서 스파크가 튀어 맨바닥에 떨어졌다면 그나마 연소나 연기 확산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하필이면 소파와 매트리스가 에어컨 근처에 있어 불이 빨리 붙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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