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들고 떠나는 머스크에 샌프란 “잘 가라”
전 직원 “X는 트위터 좀비 버전”
일론 머스크가 엑스(X) 본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밖으로 이전하지만 시 당국은 아쉬워하기는커녕 후련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X가 이미 도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트위터에서 오래 일한 전직 X 직원은 회사를 두고 ‘트위터의 좀비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앞으로 몇 주 안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칙칙한’ 도심 지역에 있는 X 본사를 폐쇄하고 새로운 본사를 텍사스에 설립할 예정이지만 시 당국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전했다.
X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건 전신인 트위터가 2006년 설립되고 28년 만이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남아 있는 마지막 직원들은 남부 팔로알토와 산호세의 사무실로 이전한다.
리 시장이 내건 ‘트위터 감세’는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에 대한 급여세 1.5%를 면제해주는 내용이었다. 세금 혜택을 받는 기업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범죄, 공실, 노숙 문제를 해결하리라고 봤다.
트위터가 마켓 스트리트 1355번지로 새 본사를 세운 뒤 직원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으로 늘었다. 1층에는 고급 바와 레스토랑이 들어섰고 그곳에서 영양, 사슴, 돼지 귀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2017년까지 우버, 스퀘어, 젠데스크를 비롯해 59개 새로운 회사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고급 아파트도 잇달아 들어섰다.
지금 X는 10년 전 샌프란시스코가 세금 감면으로 붙잡았던 트위터와 전혀 다르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 시절 트위터는 시청 인근 낙후된 동네인 미드마켓에 신흥 기술 허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X는 아니라는 얘기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그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본사는 유령 도시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시 당국이 트위터의 이탈에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 당국이 이제는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 노력할 의지가 덜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설했다. 머스크는 앞서 샌프란시스코의 경직된 세금 정책과 자유주의 기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반응하지 않았다.
2019년 끝난 트위터 감세가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스타트업 붐은 지방정부 예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집값 급등에도 기여하면서 서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이면이 있다. 또 많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에 지역 상권에 기대만큼 많은 돈이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팬데믹이 온 뒤에는 아예 회사에 나오는 사람이 급감했다. 트위터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도시는 직원들이 영원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고까지 발표했다. 잘 나가는 회사가 그 지역에 있어도 직원 대부분이 사무실로 나오지 않으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2022년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한 머스크는 곧바로 직원을 줄였다. 지난해에는 회사 이름을 바꾸고 밤에 번쩍이는 거대한 ‘X’ 간판을 옥상에 세워 이웃 주민을 불편하게 하고 시 당국과 갈등을 빚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도시 내 모든 CEO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서도 X가 샌프란시스코에 남아 있도록 제안하진 않았다. 그는 “내 목표는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도 “누구에게도 애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수석 경제학자 테드 이건은 X의 회사 규모가 이미 너무 크게 축소됐기 때문에 본사가 떠나더라도 도시 재정에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많은 면에서 그들은 이미 떠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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