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쫀득·고소함의 절정엔 '이것'
무덥습니다. '온열질환' '폭염' 같은 걱정이 여름이 상징이 된 듯도 합니다. 그럼에도 역경을 딛고 자라나는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여름입니다. 이상기온을 뚫고 결실을 맺은 여름 농산물과 알알이 담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말>
[월간 옥이네]
▲ 쫀득하고 고소한 옥수수. |
ⓒ 월간 옥이네 |
▲ 충북 옥천 안남면 정일영씨. |
ⓒ 월간 옥이네 |
"미백을 제일 먼저, 그다음에 초당, 대학찰, 흑찰 순으로 수확해요. 옥수수는 햇빛을 듬뿍 먹고 자라지요. 그렇다고 봄에 너무 햇빛이 강하면 옥수수가 다 타버려요. 이전에는 7월 초에 수확했는데, 요즘은 조금 빨라져서 6월 말부터 옥수수를 따요."
제주에서 국내 재배가 시작된 초당옥수수. 정일영씨는 5~6년 전 처음 초당옥수수 농사를 시작했다. 진한 노란색과 높은 당도가 특징. 수매가도 평균 1400원으로 다른 종자보다 100원가량 높은 편이다.
▲ 비바람에 넘어진 옥수수대. |
ⓒ 월간 옥이네 |
▲ 비바람에 넘어진 옥수수대. |
ⓒ 월간 옥이네 |
기후위기로 시기에 맞지 않게 너무 뜨겁거나 추운 날씨, 비 피해 등도 수확에 이르기까지의 큰 어려움이다. 정일영 씨는 수많은 장애물을 거쳐 수확한 옥수수를 농협, 대전공판장 혹은 개인소매상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 옥천 장야주공아파트 인근. 포장천막 아래 여러 사람의 손길이 바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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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일대에 옥수수밭이 1000평가량 있는데, 흑미찰옥수수가 가장 쫄깃하고 맛있어서 이 종자를 생산·판매하고 있어요."
▲ 충북 옥천 장야옥수수 윤종순, 이철승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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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상인 없이 생산자가 직접 판매·가공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한쪽에는 흑찰옥수수 팝콘, 옥수수속대, 볶은 옥수수 등 옥수수 가공식품이 가지런히 포장된 모습이다.
"직접 가공해 판매해보면 좋겠다 싶어 시도했죠. 수입 옥수수 팝콘과 달리 흑찰옥수수로 만든 팝콘은 조금 더 작고 거무스름하게 생겼어요. 옥수수속대와 볶은 옥수수는 차로 우려먹는 용도예요. 옥수수속대 차는 치주질환에 특히 좋다고 알려졌는데, 찾는 분들이 종종 계시죠."
손질 후 생긴 옥수수수염은 금산한약시장에 판매, 옥수수껍질은 옥천 내 염소 농가에서 염소 먹이로 사용할 목적으로 직접 찾아와 자루에 넣어간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버릴 것 없이 알뜰히 활용하는 셈이다.
알알이 분리한 옥수수알은 쌀밥에 넣어 먹을 용도로 옥천살림협동조합에 납품한다. 서리가 내리고, 더 이상 옥수수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는 겨울이 오면 호떡을 판매하는데, 이때도 저장해둔 옥수수를 넣어 '옥수수호떡'을 내놓곤 한다고.
▲ 옥수수를 삶는 윤종순씨. |
ⓒ 월간 옥이네 |
이철승씨와 윤종순씨는 어릴 적 먹던 옥수수는 지금의 품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음을 이야기한다. 과거 옥수수는 재래종으로, 지금보다는 크기가 훨씬 작았더라고.
"10cm 남짓 되었을까. 크기가 지금보다 한참 작은 옥수수였어요. 요즘 먹는 옥수수는 다 개량된 종자지. 수확한 옥수수에서 씨앗을 받아 다시 심으면 품질이 50% 수준밖에 되지 않아요. 그 씨앗을 받아다 다시 심으면 거기에서 또 품질이 50% 이상 떨어지고요. 재래종은 그런 시행착오 과정을 무수히 거쳐서 정착된 종자인 거죠. 요즘은 매년 개량된 새 씨앗을 받아다가 옥수수를 심는 방식이에요."
▲ 무럭무럭 자란 옥수수. |
ⓒ 월간 옥이네 |
두 사람 역시 기후위기와 외래종 해충으로 인한 농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병충해로는 탄저병이 제일 무섭죠. 옥수수한테는 '암'과도 같은 질병이에요. 비가 많이 오면 탄저병이 심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해충 문제가 심하죠. 나방이나 노린재 종류가 많은데, 최근엔 미국선녀벌레·꽃매미·깍지벌레 등 외래종 해충 때문에 농약도 잘 들지 않아 걱정이에요. 농약을 안 치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애타는 농부의 마음을 안고, 이 여름의 끝까지 옥수수가 알알이 익어간다.
월간옥이네 통권 86호(2024년 8월호)
글 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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