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유산, 비디오테이프의 디지털화와 보존의 필요성 [사라진 매체, 비디오테이프②]
디지털화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원본 자료, 물성의 소멸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중적인 매체였던 비디오테이프(VHS)는 디지털 미디어에 자리를 내준 후 폐기 돼 존재 자체가 잊혀졌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는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닌, 한국 미디어 문화의 중요한 유산으로서 보존될 필요가 있다.
1976년 일본의 전기회사 빅터(JVC)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모델(VHS)을 생산하면서, 비디오테이프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다. VHS는 실용성과 접근성 덕분에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장 대중적인 매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OTT(Over-The-Top)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해 비디오테이프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 수많은 비디오테이프가 폐기되었고, 그중 많은 양이 플라스틱 폐기물로 처리되어 중국, 아프리카, 몽고 등지로 보내졌다.
이로 인해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많은 영상 자료가 사라졌다. 현재까지도 진행형인 비디오테이프의 폐기는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가치의 소멸 위기를 만들었고, 이에 반발해 ‘원본 자료를 디지털화해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비디오테이프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물리적 매체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는 원본 자료를 보호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손상과 열화를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 부산 남구, 청주 기록원 등 여러 지자체는 시민들의 가지고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주는 ‘추억 재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개인의 추억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가진 자료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디지털 시대에 사라질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 물성 자체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영상들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아닌, 그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흐름을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비디오 수집가이자 광주 동구 인문학당 조대영 디렉터는 "1980~2000년대 초반의 비디오테이프는 영화 산업의 중요한 버팀목이었으며, 당시의 문화적 트렌드와 소비 패턴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들이다. 비디오테이프의 유산은 K-컬처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보존하는 것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온전하게 기록하는 데 필수적임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영상도서관, 보존고에 있는 영화 위주의 비디오테이프 2만 7211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방송 프로그램은 수집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없다. 방송사 아카이브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비디오 시대를 거치면서 폐기돼 시청자가 기증한 녹화 테이프 등에서 영상을 변환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비디오테이프 보존과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추진한 오아시스(OASIS) 프로젝트와 같은 사례를 통해 온라인 자료의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아날로그 미디어인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정책은 미미하다. 기존 아날로그 문화유산 정보를 ‘디지털’로 아카이빙 할 뿐 물성 자체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더디다. 비디오테이프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의 보존은 주로 한국영상자료원과 같은 특정 기관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대영 디렉터는 "비디오테이프의 보존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미래의 세대들에게 한국 영화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남기는 일이다. 과거의 유산이 디지털 시대에도 의미 있는 가치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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