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사퇴 ‘찻잔 속 태풍’일까…양당 후보, 경합주 총력전 예고
트럼프는 26일부터 러스트벨트 샅샅이 훑을 예정.
미국 민주·공화 양당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하면서 5% 안팎의 케네디 주니어 지지층이 누구에게로 옮겨갈지 관심이 쏠린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그의 지지율은 최근 급락하면서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지만, 박빙 승부가 예고된 경합주에서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 주에 총력을 쏟는 선거운동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케네디 주니어의 사퇴가 경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이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구를 선호할지에 대해 여론조사도 일관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미시간 네바다 위스콘신 등 격전지의 선거 관리자들은 케네디 주니어가 후보직을 철회하고 싶어도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빼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선거 전문가를 인용해 “케네디 주니어의 낮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전날 경합주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합동 유세를 했다. 그는 “우리를 전쟁에서 벗어나게 하고 이 나라의 중산층을 재건할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가”라며 트럼프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히 캠페인을 중단하는 것이지 끝내는 것이 아니다”며 “약 10개의 격전지 주에서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뺄 것”이라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보건 분야에서 고위직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주춤했던 트럼프는 곧바로 케네디 주니어 띄우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바비(케네디 주니어의 애칭)와 나는 부패한 정치 체제를 물리치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측은 특히 경합주에서 케네디 주니어 지지자들이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더 지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케네디 주니어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트럼프에 지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미국인이라면 우리가 당신을 위한 캠프”라고만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는 대선 캠페인 초반만 해도 바람을 일으켰다. 민주·공화 양당이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를 후보로 내세우면서 ‘역대급 비호감’ 대결 구도가 되자 제3 후보인 케네디 주니어에게 눈을 돌리는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해 11월 로이터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20%를 넘었고,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피격과 바이든의 전격 사퇴, 해리스의 극적 등장으로 케네디 주니어를 향한 주목도는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리스가 경선에 뛰어든 후 지난달 말에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율은 4%로 추락했다. 케네디 주니어 스스로 백신 음모론을 주장하는 등 실언을 이어갔다. 뉴욕주 후보 등록 과정에서 허위 주소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번지기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총격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대선 당시 경선 도중에 총격에 목숨을 잃은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이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케네디 주니어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환경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환경보호) 규제를 축소하는 (트럼프) 캠페인에 동참했다”며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환경 운동에 남긴 유산이 이번 조치로 무너지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민주당에 대선후보 경선 출마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같은 해 10월 6개월 만에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고, 대가로 장관직을 약속받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케네디가(家)는 “가족 가치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케네디 주니어의 형제·자매 5명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한 바비의 결정은 아버지와 우리 가족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한 배신”이라며 “슬픈 이야기의 슬픈 결말”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해리스 지지도 선언했다.
케네디 주니어 사퇴로 ‘외부 변수’가 사라지면서 양당 후보는 경합주에서 집중 선거 운동에 나선다. 해리스는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28일 격전지인 조지아주를 찾아 선거 운동에 나선다. 해리스와 월즈는 버스 투어 방식으로 조지아 남부 지역을 훑은 뒤 서배나에서 유세를 할 예정이다. 조지아주는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1만2000표 미만의 근소한 차로 승리한 지역이다. 애초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으나 해리스가 최근 뒤집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트럼프도 대선 최대 승부처인 ‘러스트벨트(북동부 공업지대)’를 샅샅이 훑으며 경제에 초점을 맞춘 유세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2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30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찾는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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