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한 고별식 치르고 한국 떠난 켈리, 전격 빅리그 콜업…6년 만의 ML 복귀전 가능할까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뜨거운 눈물을 흘린 뒤 미국으로 돌아간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가 빅리그로 콜업됐다.
신시내티 레즈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뛰던 우완투수 케이시 켈리를 빅리그로 콜업했고, 우완투수 앨런 부세니츠를 방출 대기(DFA) 처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일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켈리는 17일 만에 빅리그 콜업 소식을 접하게 됐다.
켈리는 올해 트리플A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8이닝 평균자책점 4.50으로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다만 신시내티 입장에서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던 만큼 켈리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 선발 등판도 노려볼 수 있는 켈리다.
싱글A 시절이었던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줄곧 미국에서 뛰던 켈리는 2019시즌을 앞두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LG 트윈스였다. 당시 차명석 LG 단장은 "선발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구종과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투수로서 팀 선발진의 한 축으로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켈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켈리는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했다. 29경기 180⅓이닝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로 팀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이듬해에도 28경기 173⅓이닝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로 활약을 이어갔다.
켈리는 2021년 30경기 177이닝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 2022년 27경기 166⅓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고, LG 팬들 사이에서는 '잠실예수'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는 켈리와 LG 모두에게 뜻깊은 한 해였다. 켈리는 2023시즌 30경기 178⅔이닝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11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1.59로 역투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팀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켈리는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그런 켈리에게도 고비가 찾아왔다. 올 시즌 초반부터 상대 타자들의 공략에 고전한 켈리는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5월 이후만 놓고 보면 매 경기 5이닝 넘게 던진 켈리였지만, LG로선 순위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 지난달 20일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했고, 이튿날 케이시 켈리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선수와 팀 모두에게 아쉬운 이별이었다. 그래서 LG는 켈리를 그냥 떠나보내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가 우천으로 노게임 선언된 지난달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고별식을 진행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꽤 긴 시간 동안 고별식이 치러졌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눈물을 흘렸다.
당시 켈리는 "사실 이런 고별식이 열릴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중에서 이런 고별식을 치른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울지 않으려고 눈물을 참았는데, 고별식이 시작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궂은 날씨였음에도 팬분들이 기다려 주신 것도 마음 한 켠에 계속 남을 것 같다. 프런트와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특별했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할 시간이 조금 있는데,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 미국이나 대만, 여러 선택지를 고민해 보려고 한다.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 아마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리그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고별식 이후 잠시 한국에 머물렀던 켈리는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근황이 전해졌다. 자신의 아버지인 '팻 켈리'가 감독으로 있는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부자(父子)의 만남에 미국 현지에서도 켈리를 주목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 MiLB.com은 8일 "팻 켈리가 프로 무대 정규시즌에서 그의 아이를 감독한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고, 케이시와 팻은 루이빌 배츠 역사상 최초의 '부자 듀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켈리의 통산 빅리그 성적은 26경기(선발 12경기) 85⅔이닝 2승 11패 평균자책점 5.46. 연도별로는 2012년 6경기 29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6.21, 2015년 3경기(선발 2경기) 11⅓이닝 2패 평균자책점 7.94, 2016년 10경기(선발 1경기) 21⅔이닝 3패 평균자책점 5.82, 2018년 7경기(선발 3경기) 23⅔이닝 3패 평균자책점 3.04의 성적을 남킨 켈리다.
켈리의 빅리그 마지막 등판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2018년 9월 2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선발 5이닝 2실점)이었다. 그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켈리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신시내티 구단 공식 SNS, MiLB.com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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