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적으로 바꾼 '여랑이', 몬테네그로 잡고 결승행

이준목 2024. 8. 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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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 여자농구 월드컵 사전자격예선 4강전서 몬테네그로에 88-66 대승

[이준목 기자]

 5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힘나시오 후안 데 라 바레라에서 열린 '2026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농구 월드컵 사전자격예선 4강전' 몬테네그로와의 경기(FIBA 유튜브 화면 갈무리)
ⓒ FIBA
한국 여자농구가 강이슬-이소희의 '슬희로운 쌍포'를 앞세워 몬테네그로를 완파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힘나시오 후안 데 라 바레라에서 열린 '2026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농구 월드컵 사전자격예선 4강전' 몬테네그로와의 경기(FIBA YOUTUBE 생중계)에서 88-66으로 대승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결승 진출에 성공하여 26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노리게 됐다. 이번 사전자격예선에서 우승한 팀에게는 2026년 FIBA 여자농구월드컵 최종예선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이뤄낸 대반전이다. 불과 사흘전까지만 해도 한국 여자농구에게 이번 대회는 엄청난 악몽이 될뻔했다.

한국(FIBA랭킹 13위)은 조별리그 A조에서 FIBA 랭킹이 가장 낮은 36위에 불과하던 베네수엘라와의 첫 경기에서 78-84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이어 2차전에는 체코에 63-76으로 2연패를 당했다. 사실상 자력으로 4강진출은 물건너 가는듯한 암울한 분위기였다. 개최국인 멕시코가 고산지대라 선수들이 낯선 환경에서 호흡과 체력문제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정보 분석 부족으로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게 끝내 발목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한국은 말리와의 최종전에서 19점 12리바운드 5블록슛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한 박지수를 앞세워 모처럼 화력이 폭발하며 87-63, 24점 차로 대승을 거뒀다. 이어 체코가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베네수엘라를 86-49, 37점차로 대파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한국의 4강행을 도운 셈이 됐다.

이로서 세 팀이 나란히 1승 2패가 된 상황에서 한국은 맞대결 골득실 +18점을 기록하며 극적으로 베네수엘라(-16점)와 말리(-2점)를 제치고 조 2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4강에서 만난 상대는 FIBA 랭킹 22위의 몬테네그로였다. FIBA랭킹은 한국보다 낮지만 조별리그 B조에서 3연승을 질주하며 1위로 올라왔고, 가장 최근 2023 슬로베니아 여자 유로바스켓 대회에서도 8강에 오를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며 조별리그 초반과 전혀 다른 팀이 된 여랑이(여자 호랑이, 여자 농구대표팀 별핑)의 기세는, 몬테네그로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한국은 경기를 초반부터 몬테네그로 압도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은 1쿼터부터 기습적인 압박수비가 성공하며 상대 실책을 유발하여 무려 다섯 개의 속공을 성공시켰고, 25-13으로 더블 스코어 가까이 앞서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2쿼터에는 외곽슛까지 터지면서 점수차를 52-31, 무려 22점차로 더욱 벌렸다.

3쿼터에는 주전 가드 박지현이 상대 선수와 충돌해 무릎 부상을 당하며 잠시 벤치로 물러나는 악재가 있었지만,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소희가 상대 선수의 이소희가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이끌어내며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이어진 공격에서는 박지수의 플로터 득점이 더해지며 몬테네그로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큰 부상을 피한 박지현도 잠시후 무사히 코트로 복귀했다.

한국은 후반에 야투난조에 시달린 몬테네그로와 내내 20여 점 차를 유지하며 좀처럼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4쿼터에는 일부 주전급 선수들이 파울트러블에 걸렸으나 벤치 멤버들이 공백을 잘 메웠고, 고비마다 강이슬과 이소희가 득점을 터뜨리며 점수 차를 유지했다.

다급해진 몬테네그로는 4쿼터에 연이어 외곽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5분 40초를 남겨두고 터진 이소희의 딥쓰리로 점수차가 25점(80-55)으로 벌어진 장면은 사실상 쐐기타였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한국은, 막판에는 오랜 시간 출전했던 박지수와 강이슬 등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백업멤버들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이날 유럽팀을 상대로 했음에도 야투율이 52.2%, 3점슛 성공률 44.4%(12/27)에 이르는 고감도 슛감을 자랑했다. 이소희는 이날 3점슛 5개를 모두 적중시킨 것을 비롯해 야투 총 11개를 던져 8개를 성공시키며 23점 6리바운드 2스틸, 야투율 72.7%를 기록하는 신들린 맹활약을 선보였다.

또 한 명의 슈터 강이슬도 20점에 3점슛 4개로 함께 폭발했다. 경기 중반 부상을 이겨내고 분투한 박지현은 14점 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에 어시스트도 5개를 추가했다. 국제무대에서 박지수 한 명에게만 의존하지 않고도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할수 있음을 증명했다는게 더 고무적이다.

당초 세대교체를 목표로 세웠던 대표팀은, 2연패로 탈락 위기를 딛고 결승까지 오르는 대반전을 이뤄내며 아직 한국 여자농구의 저력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기 좋게 증명해냈다. 한국은 26일 열리는 결승전에서는 멕시코-체코 경기의 승자와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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