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판 밀쳤다고 지도자 등록거부…法 “축구협회 규정 위법”

김정연 2024. 8.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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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심판을 밀치며 항의한 것으로 한 차례 징계 처분을 받은 감독에게 ‘지도자 등록’을 거부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잘못됐고 무효로 돌려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부장판사 정현석)는 지난 16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지도자 등록 거부를 당한 한 대학교 축구팀 A감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무효소송에서 “등록거부는 무효이고, A감독은 축구협회 소속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다.

A 감독은 30년 넘게 대학 축구부 감독으로 근무해왔다. 2022년 11월 대학축구 U리그 왕중왕전 준결승 경기가 끝난 뒤 주심에게 가서 “1년을 준비했는데 심판을 그렇게 보면 되냐”며 항의한 일로 징계를 받았다. 당시 심판이 쓴 ‘심판보고서’와 경기감독관이 쓴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A 감독은 심판실로 걸어 들어가려던 주심을 따라가 목과 가슴을 밀치며 “뭐가 그렇게 당당해, 왜 째려봐,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라며 언성을 높이고 심판실에도 들어가 재차 항의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축구협회는 이에 2022년 12월 8일 A 감독에 대한 징계심의를 거쳐, ‘심판에 대한 폭력’ 및 ‘과도한 판정 항의’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징계 기간이 끝난 뒤인 2023년 12월 15일, A 감독이 다시 지도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축구협회가 이를 거부하며 불거졌다. ‘체육회 관계단체로부터 폭력‧성폭력, 승부조작, 편파판정, 횡령‧배임 사유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에 대해 ‘등록할 수 없다’고 정해둔 축구협회의 등록규정 제34조(지도자․선수관리 담당자 등록)를 들면서였다.

이에 A 감독은 곧장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심판에게 정당한 판정 항의를 한 것으로 징계사유가 없고 ▶자격정지 1년 및 이후 등록불가는 과도하니 무효이고, 따라서 ‘징계는 무효이며 A 감독은 현재 지도자 자격이 있다’는 걸 확인해달란 취지다.


法 “폭력 1회로 사실상 제명 처분, 등록거부 규정 부당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뉴스1

법원은 A 감독의 판정 항의 행위가 “축구협회에서 정한 ‘경기장 질서문란행위’에 해당한다”며 징계 사유 두 가지 모두 다 인정되며, 이에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내린 것도 “축구협회 내 공정위원회 규정이 정한 징계기준 범위 내에서 가장 낮은 수위를 적용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봤다. “적절한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정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심판을 폭햄함으로써 스포츠 경기의 질서와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도 했다.

다만 법원은 “‘폭력 등 사유로 자격정지 1년 이상 징계처분 받은 경우 지도자‧심판‧선수관리담당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축구협회의 등록규정이 민법 2조(신의성실) 및 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한 법률행위) 위반이라 무효”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에 따른 지도자 등록 거부도 무효”이고, “징계 기간 1년이 지난 현재 A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소속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확인했다.

법원은 “축구협회의 등록 규정 상 ‘폭력’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폭력의 정도‧경위‧대상 등을 따지지 않고 결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과 “1년 이상 징계를 받으면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못하는, 사실상 제명 처분과 동일하게 되는 것도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짚었다.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규정의 취지는 정당하지만, 다른 형태의 규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지금의 규정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더라도 5년이 지나면 지도자 등록이 가능한 등 다른 결격사유는 등록 제한 기간이 정해져있는데, 심판에 대한 경미한 폭력 1회만 있더라도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다. 또 ▶승부조작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 ▶미성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과 똑같은 취급을 하는 것도 너무 가혹하다고도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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