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32살 맞아? 미친 압박→英 국대도 당황...MOM도 '멀티골' 손흥민 차지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이 보여준 엄청난 강도의 압박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전 수문장도 당황할 정도였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수호신 조던 픽퍼드를 상대로 두 골을 작렬시키며 토트넘 홋스퍼의 4-0 대승을 이끈 손흥민은 당연하게도 MOM(Man Of the Match, 최우수선수)으로 선정됐다.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25분과 후반 32분 연달아 득점을 터트리며 토트넘의 시즌 첫 승리를 이끌었다.
더불어 손흥민은 에버턴전에서의 활약으로 지난 20일 레스터 시티와의 개막 라운드 원정 경기 후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앞서 레스터 시티전이 끝난 뒤 현지에서는 손흥민에게 더 이상 토트넘의 주전 자리가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며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에버턴과의 경기를 앞두고 손흥민 대신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에 합류한 신입생 윌송 오도베르를 선발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전반 29분 라이트백 페드로 포로의 선제골로 리드를 가져왔으나, 후반 12분 잉글랜드의 신데렐라로 불리는 37세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우승을 외치며 포스테코글루 체제 2년차를 시작한 토트넘은 리그 첫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 초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레스터와의 개막전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최전방 공격 자원이 부족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도미닉 솔란케를 영입해 손흥민을 다시 왼쪽 측면에 배치할 수 있었다.
다만 손흥민은 본인이 최고로 자신 있어 하는 포지션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경기 후 손흥민이 레스터전에서 몇 차례 반짝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반짝임은 빛을 바랬다며 손흥민의 경기력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골드 외에도 복수의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기계식 평점으로 유명한 축구 통계 매체 '폿몹'도 손흥민에게 브레넌 존슨과 같은 평점을 줬다.
손흥민이 개막전부터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자, 영국 현지에서 손흥민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의견이 등장했다.
영국 '풋볼 365'는 경기 하루 뒤인 21일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손흥민을 선발에서 뺄 정도로 큰 용기가 있을까"라며 "손흥민의 경력은 이제 상승 궤도를 그리지 않는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건 분명하지만, 이제는 손흥민의 활약을 과거형으로 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의 캡틴이자 핵심인 손흥민조차 이제는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이 그동안 줄곧 토트넘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지만, 개막전에서 약간 부진하자 손흥민을 명단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거다.
'풋볼 365'는 손흥민이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어진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즌이 한창이었던 지난 1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 기량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후 지금까지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매체는 손흥민이 지난 시즌 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기록했지만, 17골 중 대다수가 시즌 초반에 터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로는 15경기에서 5골을 넣었고, 가장 최근 경기에서 2골 2도움에 그쳤다면서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부진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토트넘이 보유한 공격 선택지 중 하나일 뿐, 그는 더 이상 모든 경기와 모든 팀을 상대하는 경기에서 선발 출전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이미 토트넘이 여름에 매각해야 할 선수 목록에 손흥민을 포함시켰다"며 이제는 손흥민에게 주전 자리가 당연한 게 아니라고 했다.
토트넘에서 뛰었던 제이미 오하라는 "손흥민은 전반전만 뛰고 빠졌어야 했다"는 폭언 가까운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손흥민의 기량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뚝 떨어졌다는 평가는 지난 시즌에도 나왔었던 이야기다.
영국 대표 일간지이자 정론지인 '가디언'은 지난 5월 "영국에서는 시즌 중반 선수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대륙간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위해 떠날 때 구단이 겪는 불편함에 초점을 맞춘다. 정작 선수들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라며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춘 보도를 냈다.
매체는 "시즌 중반에 대륙컵에 참가해야 하는 선수들은 이해가 필요하다. 유럽에서 뛰는 빅 클럽의 스타들은 일반적으로 자국에서도 스타 선수이거나 그 이상이며, 그에 따른 압박을 받는다"라면서 "손흥민은 1월 6일부터 2월 6일까지 한국에서 7경기를 뛰었고, 2월 10일 다시 클럽에서 뛰었다"라며 손흥민을 언급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아시안컵과 대회 전후로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쉼없이 달린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 치른 6경기에도 모두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단순히 정규시간 출전만 계산해도 540분, 연장까지 치렀던 사우디아라비아전과 호주전에 추가시간까지 포함하면 600분 이상을 소화한 손흥민이다.
'가디언'은 "요르단전 패배 이후 손흥민은 화가 나서 말을 할 수 없었고, 그가 충분히 지쳤다고 암시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손흥민은 탈구된 손가락을 묶은 채 경기를 치렀고, 이후로 손흥민은 그렇게 날카롭지 않았다"고 했다.
'풋볼 365'의 비판은 계속됐다. 매체는 토트넘이 에버턴전에서 손흥민이 아닌 최근 영입한 윌송 오도베르를 선발로 기용할 기회라면서 에버턴을 상대로 빠르고 기술 좋은 드리블러를 기용해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매체는 "에버턴은 손흥민이 폼을 되찾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새로운 빠르고 기술 좋은 드리블러를 기용해 상대를 흔드는 걸 고려하는 게 더 흥미롭다"면서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고 윌송 오도베르를 내보내야 한다'는 말은 미친 소리처럼 들렸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의견이 타당하다는 걸 부정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한 과거 첼시에서 활약했던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출신 크레이그 벌리는 손흥민과 매디슨을 언급하며 토트넘 공격진이 레스터 시티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오만함에 가까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대답은 멀티골이었다.
리그 개막전에서 부진했다는 비판을 받은 손흥민이 홈에서 열린 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시즌 1·2호골을 연달아 뽑아내며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대승을 이끌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한 토트넘은 에버턴을 상대로 네 골이나 몰아치며 안방에서 4-0이라는 큰 점수차를 만들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특히 주장 손흥민은 토트넘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5분 추가골이자 자신의 시즌 1호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에 승기를 가져왔고, 토트넘이 3-0으로 리드하고 있던 후반 33분에는 경기를 끝내는 쐐기골로 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양발잡이로 유명한 손흥민은 이날 자신의 첫 번째 득점을 오른발로, 두 번째 득점을 왼발로 뽑아내면서 다시 한번 자신이 수비수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양발잡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손흥민은 왼쪽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다.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했던 스트라이커 도미니크 솔란케가 레스터 시티전 이후 부상을 당했고, 또 다른 최전방 공격수 자원인 히샬리송이 아직 컨디션을 회복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솔란케가 에버턴전에 결장할 예정이라고 확언했고, 히샬리송의 컨디션이 아직 100%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손흥민이 지난 시즌처럼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할 수 있다는 걸 암시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던 토트넘은 전반 14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공을 몰고 상대 수비진의 압박을 뚫어낸 뒤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공을 넘기자 이를 이브 비수마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에 꽂아 넣었다. 최근 '히피 크랙(웃음 가스)'을 흡입하고 이 영상을 개인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뒤 구단 내부 징계를 받았던 비수마는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리드를 가져온 토트넘은 전반 25분 손흥민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았다. 에버턴의 스로인 상황에서 공이 조던 픽퍼드에게 향했는데, 손흥민이 빠른 속도로 픽퍼드를 압박한 끝에 공을 낚아챘다. 손흥민은 빈 골문에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자신의 시즌 1호골을 작렬시켰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문장인 픽퍼드의 실수를 유발하는 엄청난 압박과 깔끔한 마무리 능력을 보여준 손흥민이다.
픽퍼드는 손흥민에게 공을 빼앗겨 실점을 내준 뒤 동료들을 향해 사과하면서도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압박에 당황한 듯 보였다. 그만큼 상대를 압박하던 때의 손흥민이 보여준 순간 스피드와 압박 강도는 상당했다.
이후 토트넘은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쐐기골로 사실상 경기를 끝냈으나, 마지막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은 끝에 기어코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이 또다시 주인공이 됐다.
후반 32분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 네덜란드 센터백 미키 판더펜이 공을 몰고 50미터 이상을 질주했고,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자신의 왼편에 있던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은 침착한 왼발 슛으로 픽퍼드를 뚫어내며 자신의 다시 한번 에버턴의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은 경기를 끝내는 손흥민의 득점을 마지막으로 경기를 4-0으로 마쳤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지난 시즌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120골을 몰아쳤던 손흥민은 에버턴전 멀티골로 자신의 PL 121호골·122호골을 기록하며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등에서 활약했던 벨기에 국가대표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121골)와 리버풀과 잉글랜드의 레전드인 스티븐 제라드(120골)를 넘어 프리미어리그 리그 통산 득점 단독 21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멀티골을 비롯해 경기 내내 높은 활동량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했던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될 자격이 충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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