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이 나라 쥐락펴락…中에 맞서는 대만 반도체 거물들

정현진 2024. 8.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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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대만 반도체 억만장자 재산↑
젠슨황 파트너 지목한 콴타 주가 상승에
회장·CEO 재산, 2년새 140%대 폭증
TSMC·폭스콘·미디어텍 등도 영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했을 당시 한 야시장에서 소규모 만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린바이리 콴타컴퓨터 회장과 장중머우 TSMC 창업자, 차이밍카이 미디어텍 CEO 등이 함께했다. '대만', '반도체'라는 두 단어를 엮은 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세계인의 시선이 쏠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대만 반도체 업계 억만장자 10인의 재산 가치가 빠르게 늘면서 중국의 무력 침공을 막는 이른바 '실리콘실드(Silicon Shield·반도체 방패)'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억만장자들이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만의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맨 오른쪽)가 장중머우 TSMC 창업자(가운데)와 함께 식당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특히 이러한 현상은 2022년 11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공개 이후 더 강해졌다. 전 세계에서 AI 열풍이 불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반도체 업계에 있는 대만 억만장자 10인의 재산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87%나 증가했다.

실리콘실드를 이끄는 대만의 최고 억만장자는 린바이리 회장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32억달러(약 17조6400억원·지난 20일 기준)로 2022년 11월 이후 재산이 147%나 불어났다. 콴타컴퓨터를 창업한 그는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콴타를 AI 혁명의 핵심 파트너로 지목하면서 콴타의 주가는 급등했고 지난해 린바이리 회장이 대만 최대 부호로 등극했다.

이에 콴타의 치춘렁 CEO의 재산도 32억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144%나 늘어났다. 린바이리 회장의 대학 룸메이트였던 치춘렁 CEO는 타이베이에 2억4000만달러 상당의 고급 쇼핑센터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의 장중머우 창업자의 재산도 2022년 11월 대비 85% 증가한 44억달러로 집계됐다. TSMC 창업 초기 멤버이자 부회장인 F.C 청도 재산이 장중머우 창업자와 동일하게 85% 증가해 12억달러가 됐다.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절대량을 맡고 있는 TSMC는 대만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불이 붙은 TSMC 주가는 AI 열풍이 불면서 가속해 2022년 11월 이후 주가가 100% 가까이 올랐다. TSMC는 대만 전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에 공장을 지어 지역 경제를 들썩이게 했다. 블룸버그는 "TSMC가 새로 공장을 짓기로 한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궈타이밍 전 회장의 재산도 같은 기간 86% 늘어난 102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ASE테크놀로지의 제이슨 창 회장과 리처드 창 부회장의 재산도 69억달러, 17억달러로 각각 56%, 46% 증가했다. 또 대만 미디어텍의 차이밍카이 CEO와 조지저 전 부회장, 만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체인 야교의 피에르 첸 창업자도 반도체 관련 대만 10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텍의 두 임원은 재산 증가율이 60%대, 피에르 첸 창업자는 30%대를 기록했다.

궈타이밍 전 회장은 대만 총통선거에 출마할 정도로 대만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보였다. 피에르 첸 창업자는 와인과 예술품 수집에 큰 관심을 보이며 세계 최고 200대 수집가로 꼽힐 정도로 관련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만 반도체 억만장자의 이러한 재산 확대는 대만 안보와도 직결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의 무력 침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거물들의 자산을 통한 영향력 확대가 이를 막는 일종의 방패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실리콘 실드'다. 대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대만의 현 상태를 유지하게끔 만들고 있다"며 "다만 중국이 반도체 자립 정도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영원히 방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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