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이 20억 로또 포기∙취소"…래미안 원펜타스에 무슨 일

백민정 2024. 8.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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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7.29/뉴스1

지난달 ‘로또 청약’으로 화제가 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에서 부적격으로 당첨이 취소되거나 당첨을 포기한 세대가 50가구나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분양업계와 래미안 분양 홈페이지에 따르면 ‘래미안 원펜타스’가 지난 21일 당첨자 계약을 마감한 결과, 부적격 및 당첨 포기 등으로 남은 잔여 물량이 50가구로 집계됐다. 특별공급 29가구, 일반공급 21가구로, 전체 분양 물량 292가구 가운데 17%나 차지했다. 분양 물량 자체가 300가구도 안 되는데 계약을 못 치른 세대가 50가구나 나온 것이다.

캡처 래미안 원펜타스 홈페이지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6736만원으로 전용 84㎡ 분양가격이 22억~23억원대에 달했다. 그럼에도 주변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84㎡가 지난달 44억원에 거래되는 등 2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예상됐다. 이에 지난달 특별공급·1순위 청약에 각각 4만·9만여 명 등 총 13만여 명이 몰리며 청약 광풍이 불었다.

당첨자도 만점 청약통장 보유자가 최소 3명 나왔고, 최저 당첨 가점도 137㎡B(69점) 1개 평면을 제외하고 모두 70점을 넘겼다. 만점 통장(84점)은 본인 포함 7명의 대가족이 15년간 무주택을 유지해야 가능한 점수다. 이에 일각에선 위장 전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상으로만 주소를 이전해 부양가족수를 늘리는 건 부정 청약의 대표적 수법이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에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린 만큼 청약 자격 요건이 안 되는데도 당첨된 부적격 사례가 나왔을 것”이라며 “특히 이 단지는 후분양으로 당첨 후 3개월 내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자금 부담이 커 당첨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부정 청약 의혹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도 당첨 포기에 영향을 줬을 거란 뒷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내달 초 원펜타스 예비 당첨자 계약이 끝나는 대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부동산원과 합동으로 하반기 수도권의 주요 청약 단지에 대해서도 상시 점검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들어 수도권은 집값 상승과 함께 청약 경쟁률이 급등하면서 위장전입을 포함해 부정 청약이 많아질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하반기에도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강남구 ‘청담 르엘’ 등 수억~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분양가 상한제 단지가 대거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한편 최근 청약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과 달리 청약통장 가입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분양가격이 갈수록 비싸지고 당첨 가점도 상향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48만9863명으로, 지난 6월 2550만6389명에 비해 한 달 만에 1만6526명이 통장을 해지했다. 전년 대비로는 34만7430명 감소한 수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331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6% 올랐다. 3.3㎡(1평)로 환산하면 4401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전용면적별로 산출하면 서울 민간 아파트 전용 59㎡(25평) 평균 분양가가 11억원대, 84㎡(34평)는 14억9600만원대에 달하는 상황이다.

박경민 기자


당첨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가 2009년 5월 출시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지난 5월로 15년이 경과하면서 ‘만점 통장’이 늘고 있어서다. 기존엔 청약부금·예금·저축 만점통장만 있었다면 5월부터는 종합저축 만점통장까지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4월 기준 청약통장 15년 이상 가입자는 청약부금·예금·저축에서만 135만871명이었는데, 6월에는 종합저축 15년 이상 가입자까지 더해져 총 321만4357명이 됐다. 두 달 만에 2.3배 늘어난 규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인기 분양 아파트는 당첨 커트라인(최저 당첨가점)이 60점대 후반일 정도로 오르다 보니 젊은층 저가점자 중심으로 청약통장 해지가 많다”며 “하지만 젊은층은 신생아 출산 가구 등에 특별공급 기회가 많은 만큼 통장 해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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