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날 때 韓 UAM '걸음마'…배터리 업체, 하늘만 쳐다본다
“한국 기업 투자를 받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기업은 어디로 갔나요? 그들의 실적은 실망스러웠고, 개발 속도가 느린 것도 문제입니다.”
SES AI의 치차오 후 대표는 한국의 UAM 개발에 대해 23일 중앙일보에 이렇게 견해를 밝혔다. SES AI는 UAM용 리튬메탈 배터리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리튬메탈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는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UAM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ES AI는 국내 충북 충주에도 생산 시설을 갖고 있어 한국 UAM 시장에 관심이 많다. 후 대표의 발언은 예상보다 더딘 한국 UAM 기체 개발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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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비 1만 시간 비행, 현대차 슈퍼널 ‘0’
실제로 한국은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보다 UAM 기체 상용화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초부터 전남 고흥에서 한국형 UAM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참여한 컨소시엄 중 국내 개발 기체로 1단계 실증을 통과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 실증 통과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SK텔레콤·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의 ‘K-UAM 드림팀’, 카카오모빌리티·LG 유플러스·GS건설의 ‘UAM 퓨처팀’은 미국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 에비에이션, 아처 에비에이션의 기체로 실증을 받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의 기체 개발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신재원 현대차·기아 미래항공교통(AAM) 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는 “2028년 출시 예정”이라며 UAM 기체 디자인을 공개했다. 그러나 슈퍼널의 기체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비행 기록이 없다. 경쟁 업체인 조비 에비에이션이 1만 시간의 공식 비행 기록을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많은 UAM 기체 개발 기업들은 보통 100~1만 시간의 비행 기록을 갖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의 UAM 기체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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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 기체·배터리 같이 가는 미래 기술
UAM 기체 개발은 배터리 기술 개발과 맞물려 있다. 우선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볼 때, UAM 기체 개발이 더딘 데 반해 UAM용 배터리 기술은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면 배터리 업체는 애써 개발한 배터리의 판로가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도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대기업에겐 UAM 개발 지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상황은 다르다.
후 대표의 답답함 토로의 배경에도 그런 맥락이 있다. SES AI는 충주 공장에서 이미 UAM용 리튬메탈 배터리 생산 시설 전환을 완료했다. UAM용 리튬메탈 배터리의 경우 2025년경 상용화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ES AI는 리튬메탈 배터리를 현대차·기아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역으로 UAM 기체 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UAM 기체 개발이 지체되면서 UAM용 배터리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 아닌지 우려가 있다. 배터리 개발에 대한 투자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UAM 상용화 시점에 배터리 성능 문제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걱정이다. 현재 정부의 UAM 투자도 인프라 구축과 기체 개발에 집중돼 있고, 상대적으로 UAM용 배터리에는 관심이 적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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