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두고 악재 늪 이수진 야놀자 대표 [CEO 라운지]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계획 중인 미국 나스닥 상장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여러 악재를 마주한 탓이다. 기업가치도 뚝뚝 떨어지는 모양새다. 장외주식 거래소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8월 14일 기준 야놀자 추정 시가총액은 4조8571억원이다. 거래 체결가(4만7900원)에 총 발행 주식(1억140만1152주)을 곱한 단순 계산법이다. 한 달 전(7월 10일) 추정 시가총액(5조3744억원)과 비교해 5000억원 이상 빠졌다. 물론 장외 시장 주가로 몸값을 가늠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이례적인 현상인 것만은 사실이다. 통상 상장 계획을 밝힌 비상장 기업 주식은 상승 그래프를 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놀자는 이와 정반대 상황. 야놀자 주가는 외신을 중심으로 나스닥 상장 보도가 쏟아진 지난 6월 정점을 찍고 하락세다.
최고경영자(CEO)의 위기 대처법에 따라 기업 앞날이 결정될 상황. 지난 4월 단독 대표 체제로 경영 키를 쥔 창업자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46) 리더십에 시선이 쏠린다.
핵심 사업 ‘여행 부문’도 휘청
야놀자는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대금 지연 사태’로 직·간접적 손해를 봤다. 야놀자는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 8만명의 예약 금액을 전액 야놀자 포인트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환불은 이미 진행 중으로 고객 보상 규모는 약 50억원이다. 여기에 티메프 연계 숙박 등 제휴점의 미정산 대금 300억원도 전액 지급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비용인 만큼 부담이 상당하다. 야놀자 측은 “업계 생태계를 위한 결정인 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손해는 이게 끝이 아니다. 매각 대금도 떼일 처지다. 야놀자는 지난해 4월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전량을 1871억원으로 티메프 모회사 큐텐에 매각했다. 전체 대금은 1871억원. 하지만 아직 대부분을 못 받았다. 야놀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각 관련 미수금은 1680억원이다. 전체 매각 대금(1870억원)의 89.8% 수준이다. 야놀자는 해당 미수금을 큐텐그룹 산하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 등의 주식으로 담보 설정했다. 명의는 인터파크트리플, 담보 설정 금액은 2280억원이다. 다만 큐익스프레스 역시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정상적으로 미수금을 확보 가능할지 미지수다. 미수금을 받지 못할 경우 회계상 기타비용으로 처리돼 당기순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야놀자는 시장 우려를 두고 “미수금이 재무 상황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재무건전성이 탄탄해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야놀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493억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6542억원이다. 자신감의 배경이다. 다만 자본 시장 반응은 다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결 기준 분기 영업익이 160억원 정도인데, 1700억원 미수금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된 꼴”이라며 “타격이 없을 수 있겠느냐, 최근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도 이를 우려해 저가 물량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 ‘플랫폼 부문(숙박 등)’ 상황도 좋지 않다. 각종 지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경쟁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에 쫓기는 모양새다. 여기어때 측이 직접 비공개 지표를 인용해 ‘역전’을 홍보할 정도다. 여기어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일부 지표에서 야놀자를 앞섰다. 여기어때는 와이즈리테일·모바일인덱스 등 데이터 분석 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거래액과 신규 다운로드, 앱 활성화 이용자 수 등에서 국내 온라인 여행사(OTA)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어때 측은 야놀자 플랫폼 부문 역시 비교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기어때는 거래액을 강조하며 “상반기 9118억원의 거래액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적극적 리더십 필요 시점”
연이은 악재로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야놀자는 연내 상장이 예상됐다. 지난 6월에는 블룸버그 등 외신을 중심으로 “7월 중 상장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정반대다. 박성식 야놀자리서치 대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 도서 출판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나스닥 상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박 대표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여러 우려가 있는 건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자본 시장도 연내 상장은 쉽지 않다고 바라본다. 야놀자가 원하는 몸값과 실제 몸값 사이 괴리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받으며 8조원 몸값을 인정받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최소 8조원 이상 몸값을 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야놀자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최대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PSR(주가매출비율)이다. 유사 기업으로 꼽히는 에어비앤비의 3월 말 기준 PSR은 9.9배다. 이를 야놀자 2024년 추정 연간 매출(8700억원)에 적용해도 8조6000억원이다. 이마저도 글로벌 과점 업체인 에어비앤비와 국내 시장 중심의 야놀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할 수 있느냐는 지적을 받는다.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야놀자 안팎에서 이수진 대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소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달라는 것.
일단 리더십을 펼칠 환경은 갖춰졌다. 야놀자는 지난 4월 ‘그룹 최고경영진(CXO) 개편 취지·역할’ 문건을 내부 공유하고 기존 3인 대표 체제(이수진·김종윤·배보찬)를 전면 개편, 이수진 총괄대표를 최고경영자로 명시하고 각각 대표에게 제한된 역할을 부여했다. 사실상 단독대표 체제 전환이다.
해당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사업 부문이 나뉘고 3인 대표 체제가 시작되면서 이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 간 갈등 구도가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사업 부문 간 소통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있었다”면서 “해당 문건을 보면 이 대표 역할로 ‘부문 간 밸런스 조정’ 등이 적혀 있다. 내부 상황을 고려한 CXO 개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이수진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향후 계획 등을 밝히길 원하지만, 아직은 조용한 모습이다. 최근 야놀자가 진행한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 기자간담회에도 불참했다. 당초 참석이 예정됐지만 영상 환영사로 대체했다. 이수진 대표는 영상을 통해 “티메프 사태로 고객과 제휴 점주들의 고충·불안·어려움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여행 산업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깊이 깨닫고 있다”며 “야놀자는 관광업계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안전한 여행 환경 구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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