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망 가능…성동구 마지막 금싸라기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5번 출구로 나오면 꽤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신금호역을 등지고 금호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금호초가 보인다. 맞은편 좁은 길로 들어가니 한눈에 봐도 오래된 주택가와 좁은 길목, 어지러운 전선이 눈에 띈다. 여기서부터가 금호16구역이다.
지리적으로 금호16구역은 왼쪽으로 응봉근린공원, 남동쪽 두산아파트를 경계로 오른쪽에는 금호산길까지 이어진다. 금호동2가 501-31번지 일대에 지정된 금호16구역은 대지면적 2만7485㎡에 지하 8층~지상 16층, 10개동, 총 595가구(임대 120가구 포함)를 짓는 사업이다. 단지 규모나 구역 면적은 넓지 않지만 3호선 금호역과 5호선 신금호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금호동 일대 오랜만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금호16구역은 2008년 조합을 설립했지만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때 사업시행계획인가 무효 판결이 나고 조합장이 교체되는 등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정비구역 지정 후 10년이 지난 2019년 다시 조합설립인가를 얻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동력을 얻었다. 지난해 8월 관리처분계획을 위한 총회를 개최했으며 올해 1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올해 4월 재개발 사업 9부 능선이라 할 수 있는 관리처분인가를 얻으면서 사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후 무려 18년 만의 일이다.
금호16구역은 전용 36~84㎡로 구성되며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57가구다. 전용 36㎡ 3가구, 전용 59㎡A 33가구, 59㎡B 21가구 등이다. 임대 물량은 대부분 전용 36㎡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경사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역으로 일부 호수는 한강 조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16구역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금호동에 몇 안 남은 재개발 사업지라는 점이다. 금호동 일대 여러 재개발구역 가운데 사업 속도가 빨랐던 곳은 이미 준공 후 입주 5~6년 차를 훌쩍 넘어섰다. 사업 중단, 구역 해제 건 등을 제외하면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16구역을 포함해 21구역, 23구역 등이다.
이 중 16구역은 남은 구역 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다. 조합 측은 올해 8월 말부터 11월까지 이주 기간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2026년 착공해 2029년까지는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금호21구역 조합 구성 박차
서울 성동구 금호동 일대 주택 재개발 사업이 잇달아 속도를 내고 있다.
금호동 내 남은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금호16구역을 비롯해 21구역 또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호23구역의 경우 주민 간 사업 추진 방식에 이견이 있지만 3개 구역 사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금호역과 신금호역 주변은 약 2700가구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21구역 주민협의체는 지난 7월 말 주민 총회를 거쳐 조합을 구성하고 8월 중 성동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금호21구역은 조합직접설립제도로 진행돼 추진준비위원회 대신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공공지원의 경우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할 수 있고 공공으로부터 조합설립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를 ‘조합직접설립제도’라고 부른다.
통상적인 재개발 사업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에서 조합설립인가까지 통상적으로 3년 이상 소요된다. 반면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활용하면 이 기간을 1년 3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운영비 절감도 가능하다.
금호21구역은 성동구에서는 처음으로 조합직접설립제도를 활용하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 지난 4월 말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기 시작해 한 달 만인 6월 동의율 요건(75%)을 충족했다.
금호사거리 북서쪽에 위치한 금호21구역 재개발은 금호동3가 1번지 일대 대지면적 7만5447㎡에 아파트 1219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전용면적별로 60㎡ 미만 600가구, 84㎡ 495가구, 109㎡ 124가구 등이다. 임대주택 225가구도 포함됐다. 구역 주변에는 북쪽 래미안하이리버(2012년 준공·847가구), 북서쪽 금호자이2차(2012년 준공·403가구), 남쪽 서울숲2차푸르지오(2012년 준공·586가구) 등 금호동 대표 아파트 단지와 인접했다. 직선거리로 약 500~600m에 3호선 금호역과 5호선 신금호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입지만 놓고 보면 금호16구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면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호16구역이 사업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21구역은 남향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금호동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불린다.
금호21구역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이 기대된다. 인근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15층 이하로 지어진 반면 금호21구역은 단지 내 고저차가 최대 54m에 달한다. 경사도를 활용하면 일부 동·호수는 한강 조망권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동호대교와 성수대교를 건너면 곧장 압구정·반포·강남으로 이동할 수 있고 강변북로·동부간선도로 진출입로와 가깝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금호23구역은 다소 지체
금호21구역 조합 구성 박차
금호동 내 남은 재개발 구역이 모두 순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남시장을 두고 금호21구역 맞은편에 위치한 금호23구역은 주민 간 의견 차이로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10년 처음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금호23구역은 재개발 방식을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2013년 7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한참 지난 2021년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다시 추진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이 접수됐고 성동구청 차원에서 지난 3월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성동구 측은 반대 의견이 30% 이상이면 서울시에 공공재개발 후보지 해제를 요청하기로 했는데 반대 의견이 30.3%가 나왔다. 성동구 측은 이 같은 내용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만약 금호23구역이 공공재개발에서 민간재개발로 선회한다면 사업 속도 자체는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호동 일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한 아파트는 여럿 있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금호14-1구역을 재개발한 서울숲르씨엘(2022년 준공)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108가구로 비교적 소규모 단지다.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금호20구역·606가구)’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금호15구역·1193가구)’ 등은 2018년과 2019년 준공했다. 금호13구역을 재개발한 ‘신금호파크자이(1156가구)’는 2016년 준공해 올해 준공 9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성동구 전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금호동 내 재개발구역 아파트 역시 종전 최고가에 근접하거나 신고가를 세운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는 올해 3월 전용 84㎡가 17억65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나온 매물은 18억~19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초역세권 단지인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는 지난 7월 전용 84㎡가 1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신금호파크자이 역시 전용 84㎡가 꾸준히 17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금호16구역이나 21구역 등 현재 진행 중인 구역의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들 단지 가격이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동 한강변이나 인근 옥수동이 모두 개발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금호16구역이나 21구역 등은 금호동 재개발의 마지막 퍼즐이다. 금호동은 도심은 물론 강남 접근성도 좋아 재개발 사업 후 일반분양에서도 실수요자에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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