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민원 넣어주세요" 오영철 소장이 포체투지 나선 이유
[김준하, 김현진 기자]
▲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포체투지하며 시민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
ⓒ 김현진 |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엎드려 시민들에게 외친 말이다.
포체투지(匍體投地) |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전장연이 벌이는 시민불복종 운동이다. 불교에서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하는 것을 '오체투지(五體投地)'라고 한다. 포체투지는 오체투지를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기어가면서 하는 저항 행동이다. '기어가다'라는 뜻의 '匍(포)' 자를 담은 것이다. |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없애고, 탈시설 정책 폐지하는 오세훈 시장
▲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포체투지하며 시민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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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바닥에 붙여진 전장연 스티커.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 2차례 미이행 사과하라', '오세훈 서울시장 UN장애인권리협약 위반 멈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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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통공사 철도 보안관이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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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혁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정책실장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고발당했다. "열차 내 바닥에 불법 부착물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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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소장과 전장연 활동가들은 다음 역에서 내려야 했다. 지하철 바닥에 '오세훈 서울시장, UN장애인권리협약 위반 멈춰라!', '오세훈 서울시장 약자동행은 약자약탈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 백인혁 전장연 활동가는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고발당했다.
"포체투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연대 위해 결심"
열차에서 포체투지하며 발언할 때 오 소장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발언을 듣던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고 한다. 시민들은 무심하게 앉아 있기도 했고, "한번 떠들어봐라"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 소장은 "그분들도 속으로 '쟤는 도대 체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해하지 않았겠나"라며 "만약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고 서울시에 민원을 넣는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오 소장이 포체투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체투지 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라고 말한 오 소장은 그간 포체투지를 직접 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왔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가는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포체투지를 그리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람들에게 장애를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 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포체투지를 감수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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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에야 비로소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었다. 시설에서 나와 생활하다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관점도 달라졌다. 장애인 집회에 나가 적극적으로 시위하기도 하고 오늘처럼 포체투지할 수도 있었다. 오 소장은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조차 벌벌 떨면서 두려워했던 예전 모습에 비하면 얼마나 당당해진 모습인가"라며 "투쟁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처음 활동할 때 오 소장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르다. 이전에는 "그냥 열심히 투쟁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더 잘 투쟁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라며 "그 고민이 없으면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고도 의견을 드러냈다.
이런 고민 때문에 그는 더 다양한 소통의 창구를 활용해 장애인의 목소리를 퍼뜨리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현재 전장연은 주로 페이스북을 활용해 활동 소식을 알리고 있는데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인스타그램 스토리 등을 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무한한 공간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더 널리 알리고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때 시설에 갇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오영철 소장은 이제 거리에서, 열차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하철에서 포체투지하며 시민들에게 호소하던 그의 목소리는 열차에 쩌렁쩌렁 울렸다. 과거에 남들 앞에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 오영철 소장을 비롯한 전장연의 투쟁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알 수 없지만, 그 여정은 현재 진행중이다.
덧붙이는 글 | 현장취재: 김준하, 김현진 오영철 소장 인터뷰: 김현진 기사 정리: 김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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