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비정상적... 역사의 중대 기로에 있어"
[이영광 기자]
지난 21일은 방송 독립을 위해 싸웠던 고 이용마 MBC 기자의 5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 기자는 생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자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기자가 별세 후 5년이 되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개선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이 기자와 해직 동기로 MBC 사장을 역임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이 기자 5주기 어떻게 맞이하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21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 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승호 뉴스타파 PD |
ⓒ 이영광 |
"5년이 됐는데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예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고 이진숙씨라는 최악의 인물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옴으로 상황이 과거보다도 더 나빠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을 하죠. 이용마 기자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공영방송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걸 자신의 삶 걸고 이야기한 건데, 남은 사람들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굉장히 큰 아쉬움이죠."
- 이용마 기자와는 원래 아셨는지 아니면 해직되고 알았나요?
"이용마 기자와 저는 MBC 입사 차이도 나죠. 또 이용마 기자는 기자였고 저는 PD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2012년에 파업하면서 이용마 기자는 파업 집행부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알게 된 거고 해고가 되면서 해고 동지가 됐으니까 더 친하게 됐죠."
- PD님이 기억하는 이용마 기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용마 기자는 기자 중에서도 굉장히 원칙적인 사람이에요. 젊은 시절부터 삼성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했죠. 보통 그런 문제들에 대해 이용마 기자처럼 열심히 하려는 모습 보기 힘들어요. 이용마 기자는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구체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대한 기자로서의 소명을 많이 갖고 있었던 기자였죠."
- 이용마 기자의 삶을 보면 권력 비판과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인 것 같아요. 2024년 한국 언론은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지금 한국 언론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많이 모자라죠. 권력 비판이라든지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시각 부분들은 지금 그나마 MBC가 그런 면에서 다른 언론들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언론들도 좋은 기사들 쓰지만 일반적인 경향으로 봤을 때 과연 필요한 만큼 열심히 하고 있느냐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비정상 정부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으로서 굉장히 파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파행적인 모습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확한 비판을 하는 걸 보기 어려워요. 야당이 하는 말을 인용해서 자극적인 언어로 중계방송하듯이 비판하는 모습은 보여도 정색하고 분석하면서 제대로 된 비판하는 모습 찾아보기 쉽지 않아요."
-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지금이라 그럴까요?
"보수 언론은 아무래도 보수 정권이니까 지나치게 비판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거겠죠. 물론 보수 언론이라고 완전히 비판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봤을 때 그렇죠, 예를 들면 국무회의에서 반국가 세력 운운하죠. 윤석열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제한된 세력에 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용법이 아니고 자기를 비판하는 세력 전체에 대해서 사용하는 용어인 걸로 보여요. 그리고 자기를 비판하는 언론은 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고 선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MBC를 완전히 잡아놓으려고 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멘탈리티인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비판하는 걸 보면, 많은 언론이 참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요."
- 한가한 소리라면 뭘까요?
"이건 공영방송을 망가뜨리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불구경한다고 해야 되나요, 보수 언론은 오히려 이진숙 같은 인물을 두둔하고 보수 언론이 아닌 언론들도 불구경한다는 느낌 받는 경우들이 많아요."
- 이용마 기자가 주장했던 것 중 하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에요.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는데.
"제가 생각할 때 이용마 기자는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던 거예요. 그 당시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해 여야가 특별다수제로 의견을 접근해 있었던 게 있었어요. 그건 일단 공영방송사 사장을 결정하는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예를 들어 6 대 3으로 여당과 야당의 지분 인정하되 사장을 결정하는 투표에 있어서 한 7명 정도가 찬성해야만 사장 뽑을 수 있는 제도죠. 당시 그걸 '김재철 방지법'이라고 했는데 김재철이라는 굉장히 극단적인 인물을 사장으로 하는 걸 야당이 선임한 이사가 반대하면 안 될 수 있는 방법이죠.
그런데 그 제도도 결국 정치권의 지분을 굉장히 인정하고 들어가는 거잖아요. 이용마 기자는 그런 것보다 차라리 국민들이 직접 뽑도록 해서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할 수 있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당시 이용마 기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행동했고 특별다수제는 채택하지 않았어요.
이용마 기자의 뜻대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하는 법을 그때 당시에 만들었으면 지금 이런 일이 안 생겼겠죠. 근데 그런 법을 만들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래서 결국 이런 일이 다시 또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아쉽죠."
- 그때 특별다수제로 했다면 지금보단 나았을 것 같아요.
"특별다수제가 문제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기본적으로 공영방송 사장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수밖에 만드는 방식이에요. 사장 선택하는 것만 특별다수제지 대부분의 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여당이 압도적인 다수로 정권의 영향력이 많이 미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피하는 게 맞아요. 문제는 그런 걸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할 것처럼 하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 초래했다는 거죠."
- 민주당도 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싶지 않아서일까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어요. 물론 민주당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해왔던 것처럼 공영방송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그게 보수정당과 완전히 다른 부분이에요. 보수나 진보나 똑같지 않냐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을 자유롭게 풀어놨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공영방송조차도 자기네를 굉장히 비판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경우 더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 가졌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 최승호 뉴스타파 PD |
ⓒ 이영광 |
"그럴 거로 생각했어요. 그 사람은 거부권 행사하는 것이 어떤 의미 갖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는 사람이고, 정상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하나씩 의미 부여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요."
- 윤석열 대통령에게 언론은 뭘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로서 늘 언론은 수사 과정에 얻게 되는 정보를 흘려주면 그걸 (기사로) 쓰죠.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객체고 검사로서의 자기 자신을 포장하는 데 이용하는 대상일 뿐이었는데, 대통령이라는 건 다른 거잖아요.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국민을 대리해서 질문 던지는 존재로 여기고 국민과 소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 건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내면화할 경험도 일천해요. 경험이 일천하더라도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따라오는 건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철학적인 바탕도 허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검사 시절의 조악한 생각으로 대통령이 되고서도 그대로 언론을 대하는 거죠."
- 지금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장악 청문회가 열리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방송 장악 청문회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진숙씨와 김태규 방통위원 두 사람이 방문진 이사와 KBS 이사들을 심의도 없이 결정해서 법원 판단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그 사람들이 법원에 어떻게 심의했는지 자료를 내야 되는데, 그 사람들은 그걸 못 내겠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법원에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KBS 이사 결정 과정에 얼마나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기 어려운 상황인데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많은 문제점을 밝혔죠."
-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안이 국회 통과했지만 사퇴하지 않고 탄핵 심판 받겠다는 거잖아요. 왜일까요?
"탄핵하면 계속 사퇴하는 일을 언제까지나 반복할 수는 없잖아요. 나름대로 자기네들도 작전 짜서 이진숙씨가 취임하자마자 KBS, MBC 이사들을 선임 했죠. 그 한 번의 결정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한 거죠."
- 민주당이 너무 빨리 탄핵한 걸까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탄핵이라는 게 한 번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에서 이번에 탄핵안을 기각한다고 하더라도 이진숙씨가 만약에 방통위원장으로서 또 불법적인 일들을 더 많이 저지르게 되면 또 탄핵할 수 있는 거니까요."
- 그런데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국민 여론이 안 좋지 않을까요?
"탄핵이 기각하게 되면 국민 여론은 조금 안 좋아질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게 큰 여론 변화를 일으킬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 MBC 사장을 바꾸겠다고 하는 게 윤석열씨의 가장 중요한 생각인데 언론을 망가뜨리고 하는 거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상당한 상황이에요. 법적으로 이것이 탄핵할 만한 요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판단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은 탄핵 시도하는 야당들이 더 문제라고 판단할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 방문진 이사들이 이사 선임 집행 정지 신청했잖아요. 법원이 26일까지 결론 내겠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지금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이 절차적인 파행이 있었죠. 우리 법원은 절차적인 파행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죠. 그렇지만 그건 법원이 판단하는 거니까 기다려 봐야죠."
- 서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을 지난 1월 통신 기록 조회한 게 8월 초 알려져 논란이었는데.
"어떤 혐의가 있는 사람과 전화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전화번호를 조회한 것 같은데 숫자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원래 그것은 합법적인 수사의 절차죠. 그러나 그게 주목을 받은 계기가 윤석열씨가 후보 시절 공수처에서 자기를 비롯해서 주변 인물들의 통신 기록 조회했다고 흥분해서 '통신 사찰'이라고 방방 뛰며 비난했어요. 당시 대통령 후보가 통신기록조회에 대해 그렇게 의미를 붙였는데 그때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게 전화번호를 조회했다는 게 드러나니까, 이것이 사찰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들이 굉장히 강하게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 광복절에 KBS가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를 틀어 문제 됐잖아요. KBS는 아니지만 공영방송 사장 지낸 분으로 어떻게 보셨어요?
"KBS도 그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더군요. 박민 사장 KBS 체제에서도 그게 잘못된 거라는 거는 아는 것 같아요. 그러나 사전에 막지 못 한 거죠. KBS가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봅니다."
- 지금 KBS 입장은 올림픽 때문에 연기됐다고 하잖아요. 그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제가 잘 모르겠어요. 편성이라는 건 굉장히 여러 가지 대안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고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그램을 광복절에 편성할 경우 굉장히 중요한 계기에 편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에 맞는지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돼요. 아마 정상적인 KBS 상태였다면 이런 일이 안 벌어질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이 우리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에요. MBC라도 살려서 우리 사회에 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영방송 하나라도 남겨놓느냐, 남겨놓지 못 하느냐 하는 그런 중대한 기로에 있습니다. MBC를 지켜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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