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과학원, 제32차 한국스포츠정책포럼 '해외사례로 본 한국스포츠정책 방향 모색' 성료

차승윤 2024. 8. 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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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스포츠과학원 제공

파리 올림픽 성공에도 고민에 빠진 한국 체육의 답이 과연 해외엔 있을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과학원은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제32차 스포츠정책포럼을 '해외사례로 본 한국스포츠정책 방향 모색'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포럼 주제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체육계가 느낀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13개 금메달을 포함해 총 32개 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은 베이징 올림픽, 런던 올림픽과 같은 최다 타이기록이고 메달 수도 서울 올림픽(33개)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하지만 호성적과 달리 고민거리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수상한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하면서 협회와 선수의 역할,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에 대한 현 스포츠 정책 및 조직 운영이 적절한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심화됐다.

이번 제32차 스포츠정책포럼은 총 3가지 발표로 진행됐다. 김미숙 한국스포츠과학원 책임연구위원은 '공정과 투명성의 도전:포타스(PotAS)가 바꾸는 독일 스포츠'라는 주제로 독일이 시도 중인 스포츠정책 평가 개혁을 소개했다. 1996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부진을 고민한 독일은 각 스포츠 단체의 재정 지원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민주적 구조를 세우기 위해 잠재력 분석 시스템을 의미하는 포타스를 개발해 2016년 도입했다. 총 116개 문항의 데이터로 구성된 포타스는 각 종목에 대한 지원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또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분배해 국제대회 성과를 향상하기 위해 쓰이는 중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는 박재우 한양대학교 스포츠과학부 IC스포츠지식서비스연구센터장이 나섰다. 박재우 교수는 '영국의 학교/생활체육 정책의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학교 체육 정책 역사와 주제와 핵심 방향성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영국의 생활체육 정책이 단순히 스포츠 참여율만 높이는 게 아닌 질적 개선까지 도모하고자 했고, 성별이나 계급과 상관없이 생활체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학생 체육도 단순히 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6500개 이상의 위성 클럽을 통해 지원했다는 점도 전했다.

사진=한국스포츠과학원 제공

세 번째 발제는 일본 학교체육을 다뤘다. 발제자로 나선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는 취재를 바탕으로 '일본 생활·엘리트 체육의 뿌리, 부카츠의 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유 기자는 기시하라 겐지 JOC(일본 올림픽 위원회) 강화부장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올림픽 선전의 바탕에 폭넓은 저변이 있다는 점을 먼저 인용했다. 이어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생활 체육 중심으로 스포츠 정책을 설계했고, 이에 따라 일본 중학생 3명 중 2명은 부카츠(동아리)로 체육을 경험한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달리 엘리트 선수와 일반 학생이 함께 팀을 이루고, 공교육 과정도 충실히 따르는 구조라는 점도 짚었다.

세 차례 발제 이후엔 전문가 토론이 이어졌다. KBSN 스포츠에서 프로배구 해설을 맡고 있는 김민철 조선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주종미 호서대학교 교수, 주성택 가천대학교 초빙 교수가 김상훈 한국스포츠과학원 스포츠산업연구실장의 진행 아래 발제자들과 토론을 나눴다.

사진=한국스포츠과학원 제공

김민철 교수는 "엘리트 스포츠는 어린 시절 선수를 조기 발굴해야 기본기를 익히고 성장시킬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이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한국은 초등학교 때 전문 교육 체계가 없고, 중학교 때부터 운동부에 등록하는 시스템이라 경기력에 한계가 온다. 스포츠클럽 기반 체육 정책을 지난 10년 동안 진행했지만, 실패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훈련 시간도 부족하다. 일본은 방과 후평균 3시간 이상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데 우리나라는 한 시간 반 수준이다. 일본을 이겨내기 어렵다. 일본은 15년 이상 체육 경력을 지닌 교육자들이 있고 지역마다 운동부가 갖춰졌다. 한국은 이와 달리 연계 육성이 불가능해 지방 체육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엘리트 체육은 육성을 선택과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제도적으로 정확한 지원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원 기관이 많아도 뚜렷한 근거나 목적 의식이 없이 지원이 이뤄졌다. 한국도 제대로 포커스를 두고 선택과 집중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종미 교수는 "독일이 포타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자국 체육 단체들의 민주적 구조를 평가해 평균 37점이 나왔다고 하는데, 구체적 기준을 알고 한국에도 도입해야 한다"며 "안세영이 제기한 사회적 이슈를 통해 보상의 공정성이 제기되는 중이다. 포타스가 공정성과 투명한 운영이 목표인데, 성과 중심이 핵심인 포타스가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맞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독일이 포타스 도입 후에도 아직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시스템 운영에도 상당한 인원과 비용이 들어 현실적으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짚었다.

세 번째 토론자인 주성택 교수는 "일본의 엘리트 스포츠가 발전한 이유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학교 체육과 스포츠 클럽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단지 학교 운동부나 엘리트 스포츠 문제만 가지고 추진한 게 아니다. 사회 경제 변화, 인구 변화 등 사회적 과제를 상정하고 스포츠와 연게해 정책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주 교수는 이어 "한국은 산발적으로 정책을 도입하다 보니 허울뿐인 규칙이 많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일본은 100년을 보고 정책을 세운다. 한국도 산발적인 정책을 만들지 말고 종합적 진단을 통해 50년, 10년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세워야 한다. 소위 기득권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고집한다면 변화와 혁신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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