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생태계에 이로운데 불편하면 방제? 전문가들 "우려스럽다"
[조해민 기자]
'러브버그' 등 곤충 대발생 시 방제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환경단체 및 관련 전문가들은 익충·해충 분별 없이 민원과 단순 불편을 근거로 곤충 방제를 허용할 경우 생물다양성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제의 조례안은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으로 윤영희 국민의 힘 의원이 발의했다. 최근 도심 내 대량 발생하여 논란이 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팅커벨(동양하루살이) 등을 각 지자체가 방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이 조례안의 골자다.
'불편'하면 익충도 해충처럼 방제?
▲ 서울환경연합 등 8개 환경·동물권단체가 '러브버그 조례안 긴급 대응 집담회'를 진행 중이다. |
ⓒ 조해민 |
▲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사철나무 꽃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있다 |
ⓒ 서울환경연합 |
'친환경' 방제는 불가능하다
환경 논란을 의식하고 있던 걸까. 해당 조례안에는 친환경 방제 권고 조항이 포함됐다. 제3조 2항에 따르면 대발생 곤충 방제 시 생태계 교란 및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하여 친환경적 수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하지만 친환경 방제가 가능한지, 단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지역정당인 은평민들레당 나영 대표는 러브버그 발생의 진원지로 알려진 은평구 봉산 사례를 들어 '친환경 방제'의 실태를 고발했다. 은평구는 2023년 친환경 방제로 대벌레가 전년에 비해 52% 감소했다는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이는 정확한 연구가 없는 추측성 통계일 뿐이며" 실상 친환경 방제라고 부를 수 없는 끈끈이롤트랩, 직접 포획, 낙엽 정비였다.
▲ 봉산에 설치된 한 끈끈이트랩에 박새 깃털이 붙어있다. |
ⓒ 봉산생태조사단 |
생태계 이해 결여된 조례안, 폐기돼야
집담회에 참여한 조현정 동물권행동카라 정책기획팀장은 "심각한 피해를 주는 곤충이라고 하더라도 철저한 연구 후에 결정해야 하는데 이 조례안은 근거가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도 "심지어 미국 방제회사인 PMP에서도 러브버그가 생태계에서 제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며 "서울시의회가 방역회사보다 못한가" 지탄했다. 또한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곤충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시민 약 300여 명이 서울시의회 입법예고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
ⓒ 조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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