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테이프의 황금기와 몰락 [사라진 매체, 비디오테이프①]
2013년 6월 뉴욕타임즈는 미국 최대 DVD 대여 체인점인 블록버스터가 점포를 폐쇄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인터넷이 비디오 가게를 죽였다'(Internet Kills the Video Store)라고 제목을 썼다. 영국 가수 버글스(buggles)가 부른 곡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그리고 2024년 비디오테이프는 일반 가정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으며, ‘존재감’은 이제 미디어를 통해 '그땐 그랬지'라고 추억을 자극하는 유물이 됐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3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디오테이프는 ‘저장매체’ 역할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유일한 미디어였다. 가정용 비디오 녹화기(VCR)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 비디오테이프는 그 당시 가정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이었으며, 이로 인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비디오 사업과 대어업이 호황기를 맞았다. 미국에서는 블록버스터가, 국내에서는 영화마을, 씨네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비디오 사업은 새로운 가정 문화를 창출했다. 사람들은 대여점에서 최신 영화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와 가족과 함께 감상했고, 집에서 녹화한 TV프로그램을 다시 보기도 했다. 공간(영화관에서 집으로)과 시간(방송시간에서 녹화해 시청하는 시간으로)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비디오테이프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인류 역사의 많은 걸 바꿔놨고, 비디오테이프도 피할 수 없었다. 1990년대 후반 디지털 방식의 DVD가 등장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차세대 영상매체로 각광받았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의 대중화로 ‘불법 다운로드 활개’, ‘VOD(Video on demand) 보급 서비스’로 비디오테이프 모델 VHS(Video Home System)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특성상 집에 인터넷만 깔려 있으면 다운로드해 바로 볼 수 있게 됐다. 비디오 가게에서 누군가 보고 싶은 영화를 빌리면 반납될 때까지 순서를 기다려야 했던 일을 시간 낭비가 됐다.
디지털케이블방송과 IPTV 등 뉴미디어의 발달은 비디오테이프 쇠퇴의 시간을 당겼다.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고 오래 보관하면 데이터 열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도 비디오테이프를 뒷전으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결국 2007년 비디오테이프 생산 라인이 멈췄다. 디즈니, 픽사, 20세기 영화사 등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도 2007년 출시작부터 비디오테이프 출시를 중단했고 DVD로만 발매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물질적 저장매체에서 더 편리한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가 됐다. 현재의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Over-The-Top) 글로벌 서비스가 성행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안방 TV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즉시 시청할 수 있다. 편리함은 물리적 매체의 필요성을 사라지게 했다. 비디오테이프는 급속히 사라져갔고, 이제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물리적 매체에서 디지털 미디어로의 전환은 소비자들의 시청 습관을 완전히 바꿨고 비디오테이프는 이제 추억 속의 물건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젠지(Gen Z,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사람) 세대는 비디오테이프를 시청한 경험이 없으며, tvN '응답하라' 시리즈 등과 같은 시대물 배경에 등장하는 소품, 인기 가수들의 레트로 콘셉트 마케팅으로 접할 뿐이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가치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시대를 풍미한 레트로의 상징으로 새로운 세대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일부터 우리가 지나온 디지털 이전의 시대를 증명하는 수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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