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7200만, 두바이 초콜릿도 그렇게 터졌다…마력의 '숏핑' [비크닉]

유지연 2024. 8.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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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트렌드

「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숏폼(Short-Form). 약 1분 미만으로 길이가 짧은 형태의 영상 콘텐트죠. 넋 놓고 보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날 정도로 중독적인 덕분에 거의 모든 동영상·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대세가 됐어요. 본래 숏폼 플랫폼이었던 틱톡 외에도 유튜브는 ‘숏츠’를,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서비스를 하면서 숏폼의 존재감은 더 커져 가고 있죠.

그런데 요즘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다. 숏폼의 시청 시간이 급격이 증가하면서 ‘숏폼 흥행=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생겨난다는 점이에요. 단순히 즐거움을 얻기 위해 소비했던 숏폼 콘텐트가 상품 구매까지 이어지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거죠. 이런 숏폼의 흥행을 타고 단숨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브랜드 사례도 나왔고요.

숏폼은 특유의 낮은 심리적 장벽과 뛰어난 접근성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사진 각 앱 화면 캡처

오늘 비크닉은 콘텐트 마케팅 업계, 나아가 전자 상거래(e-commerce) 업계에서 숏폼 콘텐트가 일으키고 있는 반향에 대해 짚어봤어요. 유독 숏폼이 유혹적인 이유는 무엇인지도요.


틱톡 보고 삼


요즘 틱톡에서는 #Tiktokmademebuyit(틱톡 보고 삼) 이라는 해시태그(#)가 30억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자신이 사용해본 제품의 후기를 재미있게 올리는 거죠. 보다보면 온 세상의 모든 사용 후기를 볼 기세로 빠져 들어요.
숏폼 플랫폼 틱톡에 올라오고 있는 #틱톡 보고 삼 해시태그의 게시물들. 사진 틱톡 화면 캡처

이처럼 숏폼 영상의 특징은 압도적 노출 시간이에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46시간 29분을 기록했어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 9시간 14분 대비 다섯 배 이상 많은 수치죠. 숏폼 중심의 플랫폼인 틱톡 앱은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이 21시간 25분으로 넷플릭스 앱의 7시간 7분 대비 세 배 많았고요.

영화나 드라마 위주의 긴 동영상을 주로 서비스하는 OTT보다, 짧은 숏폼 영상을 주로 서비스하는 앱의 사용시간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진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숏폼발 두바이 초콜릿·30색 쿠션 열풍


워낙 많이 보고 쉽게 퍼지다보니 숏폼은 요즘 트렌드의 물결을 일으키는 강력한 원천이 됩니다. 두바이 초콜릿이 대표적이죠. 틱톡에 따르면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지난해 말 한 틱톡 크리에이터가 두바이 소재 디저트 숍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와 협업해 만든 ASMR(소리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 계기가 됐다고 해요. 해당 영상은 이달 기준 조회 수가 7200만회를 넘었고요. 국내에서는 지난 5월 틱톡 크리에이터 ‘젼언니’가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은 두바이 초콜릿을 직접 만드는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본격 흥행이 시작됐어요.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 역시 틱톡을 통해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진 틱톡 화면 캡처

최근에는 ‘K-뷰티’가 이 숏폼의 흥행 파도를 타고 있다고 해요. 틱톡에 따르면 해시태그(#) Kbeauty(K뷰티)는 2022년 대비 2023년의 조회 수가 220%, 콘텐트 생성 수는 198% 증가했어요. 국내 브랜드 중 ‘조선미녀’는 팔로워 93만명을 보유한 틱톡 크리에이터의 영상에 등장한 이후 지난 2022년 미국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선크림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인종에 상관 없이 바를 수 있는 다양한 색의 쿠션에 대한 후기를 숏폼으로 올려 화제가 된 영상. 사진 유튜브 숏츠 화면 캡처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 ‘티르티르’도 숏폼의 수혜 브랜드죠. 티르티르의 쿠션 제품을 활용해 ‘모든 인종을 어우르는 30색 쿠션’ 후기를 올린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 ‘미스 달시’의 유튜브 숏츠는 현재까지 약 4700만 조회 수를 기록했어요. 임라희 티르티르 해외영업팀 차장은 “숏폼 플랫폼에서 제품 후기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아마존 매출이 수십만% 급증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의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어요.


짧게 보고 빨리 산다, ‘숏핑’이 대세


숏폼이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면서 이커머스 업계도 모바일 앱의 주요 쇼핑 콘텐트를 숏폼 위주로 바꾸는 등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요. 눈에 띄는 것은 TV 방송이라는 ‘롱폼(long form·길이가 긴)’ 콘텐트를 주로 만들었던 홈쇼핑 업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에요.

CJ온스타일은 지난 5월 30일 모바일 앱에 ‘숏츠탭’을 신설했어요. 라이브방송(라방)으로 나간 긴 영상의 핵심 부분만 짧게 편집해 올려 모아둔 거죠. 20일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숏츠탭 신설 후 3주(6월 4~24일)간 페이지뷰 순위 100위까지의 영상 주문 금액이 오픈 전 3주(5월 7~27일)에 비해 여섯 배(646.9%) 증가했어요. 짧은 영상을 빠르게 넘기며 볼 수 있는 숏츠 전용 공간을 만들고, 영상을 보자마자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바로 가기(퀵 메뉴)를 만들어 고객 주문 성과가 대폭 늘어났다는 게 내부 분석이죠. GS샵도 모바일 앱에 1분 이내 길이 숏폼 형식으로 편집해 선보이는 ‘숏픽’을 신설했고, 롯데홈쇼핑도 모바일 앱 메인 화면에 ‘숏핑’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어요.

대표적인 롱폼 동영상 쇼핑 플랫폼인 홈쇼핑은 모바일 앱을 개편하면서 숏폼 영상을 전면에 배치했다. 사진 CJ온스타일

영상은 너무 길고, 사진은 너무 지루해


숏폼과 쇼핑의 조합이 좋은 이유는 요즘 같은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만족감이 좋다는 의미)’ 시대에 짧은 영상이 주는 압도적 효율성 덕분이에요. 핵심 내용만 간추린 짧은 영상은 시간 대비 효율을 따지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퍽 합리적으로 느껴지니까요. 또한 숏폼은 제품을 탐색하는 효과적 도구가 되기도 해요. 인스타그램 릴스의 도시락 싸는 영상을 보다가 링크에 달린 도시락을 구매하게 되는 식이죠. 살 생각이 있어서 들어가서 보는 게 아니라, 영상을 보다 보니 필요를 느껴 사게 되는 ‘우연 구매’가 주로 이뤄져요.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숏클립'이라는 2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 쇼핑 콘텐트를 모아 보여주고 있다. 사진 네이버 쇼핑 라이브 화면 캡처

길이가 긴 영상보다 심리적 저항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짧은 영상이니 부담 없이 클릭하게 되고,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노출되는 제품의 수가 많아지는 거죠. 그중 필요한 제품이 하나쯤은 있을 테고요. 그러다 보니 고가보다는 저가 제품이 적합하고, 계획 구매보다는 충동구매가 많아요. 물론 즐거움 요소도 있어요. 즉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편집된 현란한 영상은 구매욕을 자극하는 충분한 ‘트리거(방아쇠)’가 되죠.

무엇보다 숏폼의 구매 전환율이 높은 이유는 ‘개인화’예요. 이른바 알고리즘의 마법이라는 거죠. 평소 내가 보는 숏폼, 자주 가는 계정, 구매 이력 등을 기반으로 최적화한 맞춤형 콘텐트를 추천받으니 거부하기 어려워요. 실제로 틱톡은 메인 화면에 들어갔을 때 내가 팔로잉한 계정의 게시물보다 이런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피드’가 더 먼저 떠요. 틱톡 사용자는 앱 사용시간의 97%를 이 추천 피드에서 보내고요.


’쇼퍼테인먼트‘, 대세 될까


업계에서는 이런 숏폼과 쇼핑의 연동이 앞으로 더 긴밀해질 것으로 봐요. 숏폼 자체가 주는 강력한 록인(Rock-in) 효과 때문이죠. 한번 들어와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숏폼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쇼핑 기능과 연결하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현재 숏폼이 주로 유통되는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은 모두 쇼핑 기능을 추가했어요.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 숍’으로 쇼핑 기능을 추가했고, 유튜브도 쇼츠에 쇼핑 기능을 붙여서 영상 하단에 구매가 가능한 판매 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어요. 틱톡은 ‘틱톡샵’으로 이커머스 기능을 추가해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어요.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쇼퍼테인먼트가 미래의 이커머스로 불리고 있다. 사진 구글

‘콘텐트를 즐겼을 뿐인데, 어느새 지갑이 열리는’, 이른바 쇼핑과 즐거움의 합성어 ‘쇼퍼테인먼트(Shopertainment)’죠. 손현호 틱톡코리아 제너럴 매니저는 이 같은 쇼퍼테인먼트를 미래의 이커머스로 정의해요. “소비자 니즈는 점차 감정적·정서적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기기와 플랫폼, 앱을 전환하지 않고도 제품을 탐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을 원할 것”이라고요.

고객과의 소통은 언제나 브랜드의 금과옥조 같은 말이었죠. 그래서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트 마케팅에 너도나도 열을 올렸고요. 앞으로는 이런 소통력이 간접적인 브랜딩이 아니라 매출로 직접 연동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이 들어와서 내 브랜드의 콘텐트를 많이 소비하게 하는지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거죠. 많은 콘텐트 중 숏폼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테고요.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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