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전문의 "지금은 아프지 않기만 기도해야 할 때"

임병도 2024. 8. 24. 1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블라인드'에 의료 공백 실태 경고... '응급실 뺑뺑이' 등 국민 피해 막을 대책 필요

[임병도 기자]

▲ 정부, 응급실 인력부족 대책 발표 정부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발표한 22일 오후 의료진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을 지나치고 있다.
ⓒ 연합뉴스
병원마다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이 축소,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진짜 아프면 안 된다"면서 응급실 의료 공백의 실태를 경고했습니다.

지난 22일 직장인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8년 차 응급의학과 전문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한 지 12년 된 8년 차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이는 "현 사태의 잘잘못을 떠나서 지금은 본인들은 물론 가족들도 절대 아프지 않길 기도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국 응급실 평균 기능이 40% 정도는 없어졌다"면서 "그래도 진짜 죽을 것 같은 사람 밀고 들어오면 살려 놓지만 그 뒤에 타과 전문의의 응급시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죽어나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전공의들이 없으니까 교수들이 노구를 이끌고 돌아가면서 당직은 서지만 절반은 놓친다"면서 뇌혈관, 대동맥 파열, 교통사고 등의 응급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료진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글쓴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이제는 지쳐서 하나둘 사직한다"면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가 내놓은 응급수가 인상이나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국종 교수의 '보건복지부는 숨 쉬는 거만 빼면 다 거짓말' 이라는 말씀이 정말 맞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하루다"라며 "어쨌든 아프지들 마라... 특히 추석 때는 다들 더 조심하고 다치지도 마라"라고 조언합니다.

전문의 사퇴로 응급실 운영 파행 예고
▲ 정부 "경증환자,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가면 본인부담 늘린다" 정부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발표한 22일 오후 환자와 보호자가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블라인드'에 올라온 현직 응급의학과 전문의 말은 사실일까요? 안타깝게도 그의 주장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 남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7명이 사표를 냈습니다. 3명은 사표가 수리됐지만, 4명은 병원 측이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23일 설명 자료를 통해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11명이 근무 중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법적 인력 기준인 5명보다 많은 인력이 근무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한응급의학회 공보 이사는 "이달 31일까지는 (아주대병원) 응급실이 정상 운영 중"이겠지만 "현재 성인 대상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과 소아응급 전문의 한 명씩 모두 3명이 24시간 진료를 보고 있어 9월부터는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인 "응급실 가려고 22군데 전화했는데 안 받아줬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2024.08.23
ⓒ 페이스북 갈무리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페이스북에 공유했습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응급실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이마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진행자가 어떻게 다쳤는지를 묻자 김 전 위원장은 "새벽에 잘못하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깨졌다"며 "119가 와서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일으켜서 응급실에 가려고 22군데를 전화했는데도 안 받아줬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겨우겨우 옛날에 자주 다니던 병원에 가서 신분을 밝히고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며 "(이런 경험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것이(의료체계) 무너졌을 적에는 정권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다"면서 "대통령께서 과연 의료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는지 의문이다. 자기가 모르는 걸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려고 하니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 대책 시급... 병원 14곳 돌다 구급차서 숨져
▲ 전공노 소방본부 구급차 뺑뺑이 대책촉구 기자회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관계자들이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아래 전공노)는 지난 7월 30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쓰러진 40대 응급환자가 14곳의 병원을 돌다가 끝내 구급차에서 숨졌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전공노는 23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119구급대원을 대표해 응급환자의 죽음을 방치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 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현재 응급환자들의 병원 선정과 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및 수용 거부 사태로 인해 이들의 생명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에 이른 국민이 벌써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면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영각 전공노 소방본부 본부장은 "정부와 의사협회의 갈등으로 국민들이 구급차 안에서 죽어가고 있다"며 "대립 이전부터 구급차 뺑뺑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정부의 해결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응급실 대책, 실효성은?
▲ 이상민 장관, 중대본 회의 주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 제64차 회의를 개최해 "정부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응급의료체계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작년 1418명에서 올해 1502명으로 증가하였지만, 경증, 비응급환자는 42%, 코로나 19환자의 95%는 중등증 이하 환자"라며 응급실 과밀화 원인이 의사 부족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응급실 대책으로 ▲ 응급의료센터 인건비 지원 강화 ▲ 경증환자 지역 병·의원 분산 유도 ▲ 인센티브, 의료 수가 인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추석까지 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추석 연휴 기간 평년보다 더 많은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2023년보다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의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입니다. 응급실 대신 갈 수 있는 당직 병·의원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장기간 계속되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