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는건데, 이재명 사랑않는거”...국회 덮친 ‘귀여니 밈’
" 어떻게 하는 건데, 이재명 안 사랑하는 거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하루 뒤인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담벼락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쌀 화환이 놓였다.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아웃싸이더’에서 처음 쓰인 대사가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트)처럼 퍼져 있는 것을 이재명 대표 강성 팬덤인 개딸(개혁의 딸)이 차용한 것이다. 해당 소설에선 여주인공이 “나 좋아하지 마”라고 말하자, 남주인공이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딴 방법 있으면 좀 가르쳐 줘”라고 답해, 이 특유의 오글거리는 감성이 온라인 공간에서 오래 회자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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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설=“나 좋아하지마”
▶강은찬=“그게 뭔데”
▶한설=“나 좋아하지 말라고, 나 보지 말란 말이야”
▶강은찬=“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니가 알면 좀 가르켜 줘라. 그딴 방법 있으면 좀 가르켜줘”
-소설 아웃싸이더 中-
」
이외에도 이 대표 연임을 축하하는 화환 수십 개가 가지각색 문구와 함께 도열했다. 특히 ▶“우리나라 바다는 4개야. 동해, 남해, 서해, 이재명 사랑해” ▶“이재명 이번 전당대회 점수는 95점, 이재명에게는 오점(汚點)이 없으니까” ▶“강이 보이면 리버 뷰(Riverview), 바다가 보이면 오션 뷰(Ocean view), 이재명이 보이면 알러뷰(I love you)” 등이 시선을 끌었다.
이 대표가 개딸로부터 축하 화환을 받는 것은 연례행사 같은 일이다. 이들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3개월 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 대표의 국회 첫 출근길을 챙겼다. 당시 국회 앞엔 “여의도에서 무럭무럭 자라거라” 등 문구가 적힌 화환이 도열 됐다. 지난해 8월 31일 이 대표의 대표 취임 1주년 행사 때에도 축하 화환은 이어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낯뜨겁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문구들을 일일이 소개한 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우리 당만이라도 정상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겠다”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대표 팬덤이 커지는 가운데 서 사무총장이 이런 메시지를 낸 데 대해, 정치권에선 “‘한 대표 팬덤은 달라야만 한다’는 예비 경보 차원”(국민의힘 관계자)”이란 해석이 나왔다. 4·10 총선 직후 만해도 “한동훈은 우리의 희망” 같은 화환을 국회 앞에 보냈던 한 대표 팬클럽 ‘위드후니’도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보행자 불편이 예상되므로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위드후니 명의로 국민의힘 중앙당 후원계좌에 ‘240723원’을 보내는 캠페인을 벌였다. 한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날짜(2024년 7월 23일)를 기념하자는 취지다.
이런 화환 행렬은 문재인 정권 당시 ‘서초동’에서 태동한 팬덤 문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크게 파열음을 빚자, 지지자들로부터 응원 화환을 받은 게 시초 격이다. 당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반발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대통령 응원 화환 300여개를 세웠다. 그러자 추 장관 지지자들도 법무부로 꽃바구니를 보내 맞불을 놓았고, 추 장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법무부의 절대 지지 않는 꽃길을 아시나요”라면서 이 사진을 공유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화환 문화에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앞서 4월 한 대표가 총선 패배 직후 화환 세례를 받자 “(한 대표가) 국회 앞에다 150m 화환을 까는 게 정상적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걸 못하면 내가 지금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도 “두 당 모두 전당대회가 끝난 만큼 이제는 외연 확장이 필요할 때인데, 팬덤의 과잉된 활동은 외려 중도층 반감을 살 수 있는 만큼 자제돼야 할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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