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대 케이크가 9만원대 리셀…성심당 흥행은 예견된 일?
'밀가루 사랑' 진심인 대전서 살아남은 비결은
대전 빵집 성심당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빵을 사기 위한 '오픈런'(개점 전 줄서기)은 일상이고 인기 케이크의 경우 조기 품절된다. 인기가 많았던 4만원대 망고시루는 중고마켓에서 9만원대에 리셀(되팔이)되기도 했다. 1956년 문을 연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빵을 판매하는 뚝심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단일 베이커리 브랜드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 지역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줬다. 흥행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밀가루' 사랑 진심인 대전…성심당 살아남은 비결은?
대전은 칼국수·빵 등 밀가루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도시다. 대전세종연구원의 데이터 텔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대전의 빵 가게는 총 849개로 인구 1만명당 가게 수 5.9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빵 가게(2만8890개) 기준 인구 1만명당 5.6개보다 많고 서울(6.1개), 대구(6.1개)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하지만 대전의 빵 가게 평균 영업 기간은 5.5년으로, 7대 특·광역시 중 대구(5.1년) 다음으로 짧다. 대전 지역 소비자들이 빵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고,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선택받지 못한 상점의 폐업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 지역 전문가는 "대전이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의 테스트베드(시험대)라고 한다. 대전에서 통하거나 성공하면 어디 내놔도 팔린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대전 사람들의 빵에 대한 생각과 입맛이 평균 이상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환경에서 성심당이 70여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꼽힌다. 성심당을 대표하는 딸기·망고·귤·무화과 등 '시루' 시리즈 케이크는 모두 1호 기준 4만3000원이다.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이지만, 성심당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빵·크림보다 많은 과일을 넣어 만들기로 입소문 나 있다. '호텔 케이크 급의 퀄리티'라는 평가도 있다.
성심당의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요소도 주효했다. 시루 케이크를 자를때 우르르 떨어지는 과일의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자 MZ세대(밀레리얼+Z세대)들은 SNS용 사진을 찍기 위해 성심당을 방문할 정도다. 성심당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신제품 출시, 행사 등 소식을 전하며 MZ세대들의 '인스타그래머블' 욕구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성심당의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도 최근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성심당은 남은 빵을 지역 복지관에 기부하는데, 창업주 때부터 팔다 남은 빵을 전쟁고아나 노숙인에게 나눠줬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 교육 매뉴얼을 만들어 차세대 제과·제빵사를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전 갈마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성심당이 사람 채용할 때 깐깐하다고 한다. 사내 규정사항도 빡빡한데, 교육을 잘 시켜서 퇴사한 사람들도 나와서 빵집 차릴 때 잘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성심당의 빵은 지역 상징성을 인정받아 현재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대전광역시 시청·중구에 기부하면 성심당 상품권이나 빵 세트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성심당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보다 영업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임대료 이슈는 풀지 못한 숙제다. 성심당은 현재 코레일유통과 대전역 입점 수수료 인상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코레일유통이 임대료로 4억여원을 제시했고, 성심당은 주변 시세보다 높다고 반발했다. 입점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코레일 갑질, 로컬 상권 지키기, 성심당 특혜, 공공 젠트리피케이션 등 논쟁으로 확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대전역 성심당 임대료 갈등과 관련한 최근 칼럼에서 "성심당은 이윤추구는 있었지만 공공 공간을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혜택과 공공성에 대한 인정이 부족했다"며 "지역 기업의 지역 내 독점적 지위는 여론몰이 효과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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