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금융업 재진출?…알고 보니 AI였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8.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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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급락장서 선전한 韓 ETF

LG투자증권, LG카드…. 추억의 LG그룹 금융 계열사다. 오래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LG그룹에는 금융 계열사가 없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LG가 참여한 금융상품이 나왔다 해서 화제가 됐다. 정확하게는 LG AI연구원과 국내 AI 스타트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협업해 만든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다. 한국이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는 점도 눈길 끌었다. 종목명에도 LG 이름을 달았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해당 ETF의 종목명은 ‘LG 크래프트 AI-파워 US 라지캡 코어(LQAI)’다. 이 ETF는 지난 8월 한때 미국 경기 불안감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을 때 벤치마크 지수 대비 선방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LG ETF 무엇?

LG AI연구원이 주도

이 상품이 나오게 된 배경에 LG AI연구원이 자리한다. 연구원 측은 AI를 활용한 예측·추론 모델을 연구해왔다.

이화영 LG AI연구원 상무는 “AI 예측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 풍부한 데이터가 있는 금융 시장에 도전했고 그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2023년 초 글로벌 시계열(잠깐용어 참조) 예측 AI 경진대회인 M6 대회(주제: 주가 예측을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참가, 3개 부분에 입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운을 뗐다. 이 대회를 통해 확보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AI 금융 솔루션 회사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 의기투합, AI ETF 상품을 개발해 오늘에 이른다. LQAI ETF는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100% AI가 예측·판단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그 근거를 설명하는 상품이다.

“먼저 미국 대형주에서 100개 종목을 AI가 순위를 매기고 선택한 후, 시장 위험도를 파악해 AI가 포트폴리오 비중을 구성한다. 인간 전문 펀드매니저처럼 액티브(Active·적극 투자)한 운용을 AI가 직접 수행하고, 4주마다 리밸런싱(투자 종목 재조정·Rebalancing)도 사람 개입 없이 AI가 진행한다. 미국 S&P500보다 더 액티브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했다.”

이 상무의 설명이다.

상장 초기 이 ETF의 AI는 넷플릭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맥도날드,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등을 골랐다. 이후 4주마다 새로운 종목을 편입시키고 있다.

수익률은 어떨까

8월 급락장 반등 때 두각

가장 궁금한 건 과연 성과가 좋을까다.

출시 후 올해 7월까지 수익률만 놓고 보면 LQAI ETF는 S&P500지수 대비 소폭 플러스인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S&P500지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대형 우량주 500개 종목을 담은 글로벌 대표 지수다.

급락장에서는 어떨까?

미국 주요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기술주인 반도체 종목들을 모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8월 최대 18%까지 떨어졌다. S&P500지수도 최대 7.3% 폭락했다. 그러다 반등을 시작했는데 이때 S&P500지수 기반 ETF와 LQAI ETF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진가가 드러날 수 있을 터.

S&P50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ETF로는 ‘SPDR S&P 500 ETF Trust(일명 SPY ETF)’를 골라봤다. 1993년 출시된 이 펀드는 S&P 위원회가 선정한 미국 대형주·중형주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추적한다.

LQAI ETF와 SPY ETF를 비교해보면 7월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이다 8월 초 급락장 이후 다시 반등할 때 LQAI ETF가 좀 더 빠른 반등을 보였다. 참고로 8월 5일부터 8월 9일 기준으로 미국 증시가 일제히 반등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간 SPY ETF는 3.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LQAI ETF는 같은 기간 시종일관 SPY ETF 대비 높은 위치의 수익률을 보인 끝에 최종 3.18%의 수익률을 보였다. 그만큼 벤치마크 지수 상품 대비 위기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자자에게 있어 수익과 리스크는 투자를 함에 있어 항상 염두에 둬야 할 주요 요소다. 투자할 때 수익과 리스크의 샤프 지수가 양수일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다는 의미고, 음수일 경우 그 반대다. LG AI연구원 모델은 벤치마크 대비 샤프 지수가 높아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화영 상무 설명이다.

더불어 LG AI연구원 측은 자체 보유한 거대 언어 모델인 엑사원(EXAONE)이 여기서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LQAI ETF를 통해 비정형 뉴스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당 내용을 정형 시계열 데이터와 결합해 시계열 예측 AI 모델이 작동한다는 걸 입증했다.

이 상무는 “이는 인간 전문가가 과거 주가의 흐름과 새로운 뉴스 데이터를 통해 미래 흐름을 예상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AI는 대규모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훨씬 복잡한 다차원 분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관관계를 분석,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왜 100가지 종목을 이 시점에 선택했는지 직접 설명해준다는 점도 AI 업계에서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사실 AI 업계에서는 AI의 단점으로 환각, 즉 무조건 답을 해야 하다 보니 일종의 거짓말을 하는 현상과 블랙박스, 즉 딥러닝 모델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알려주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꼽는다. LQAI ETF는 종목 선택의 이유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자연어로 설명해준다는 점이 의미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화?

엑사원 업그레이드에 기여

LG AI연구원은 ETF 운용을 통해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계속 AI 성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최근 발표한 3세대 AI 모델 ‘엑사원 3.0’에도 이런 데이터 학습이 포함돼 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을 들었다. 참고로 ‘엑사원 3.0’은 이전 모델인 ‘엑사원 2.0’ 대비 추론 처리 시간은 56%, 메모리 사용량은 35% 줄이고 구동 비용은 72% 절감하는 등 성능과 경제성 모두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여세를 몰아 LG AI연구원은 연말까지 법률, 바이오, 의료, 교육, 외국어 등 분야를 확장해 학습 데이터양을 1억건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AI, 바이오, 클린테크(Clean Tech)로 대변되는 LG그룹 미래 신사업의 주력 영역에서 차별화된 AI 기술을 통해 다양한 혁신적인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며 “AI 영역에서는 엑사원 기술을 활용한 B2B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으며, 바이오 분야에서도 다양한 해외 파트너사들과 함께 제약 분야 AI 기술 개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엑사원 3.0 얼마나 진화했나
자체 AI 모델 오픈소스 공개…생태계 기여
총 25개 벤치마크(성능 평가 지표) 중 코딩과 수학 영역 등 13개 점수 순위에서 1위. LG AI연구원이 메타(Meta)의 라마(Llama)3.1, 구글(Google)의 젬마(Gemma)2 등 동일 크기의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과의 여러 분야에서 동일 질문, 과제 등을 수행시킨 후 뽑아낸 결과다.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중언어(Bilingual) 모델인 ‘엑사원 3.0’은 한국어 성능도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더불어 AI로 인해 촉발된 소비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량화·최적화 기술 연구에 집중해 초기 거대 모델 대비 성능은 높이면서도 모델 크기는 100분의 3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학계, 연구 기관, 스타트업 등이 최신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방형 AI 연구 생태계 활성화와 더 나아가 국가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잠깐용어 *시계열

어떤 관측치의 변화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측정하고 이것을 시간에 따라 계열화한 것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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