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반등? 넷마블 부활은 당연했다
오랜 기간 부진을 이어오던 넷마블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2900% 상승했다. 긍정적인 점은 ‘일회성 비용 쥐어짜기’ 식 실적 개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작의 활약, 게임 포트폴리오 다변화, 조직 효율화, 수수료 지출 감소 등 체질 개선으로 이뤄낸 호실적이다. 시장에서는 넷마블이 올해 총 2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트렌드 간파, 효율화 통했다
넷마블은 올해 2분기 매출 7821억원, 영업이익 1112억원을 거뒀다. 시장 전망치인 7753억원·726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6% 올랐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던 넷마블의 모습은 사라졌다. 2023년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이익을 거뒀다. 안정적인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반짝 흑자에 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워냈다.
넷마블의 기적적인 반등에는 체질 개선이 자리한다. 게임 시장 흐름에 맞춘 신작을 연달아 내놓으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고 구조조정, 수수료 지출 감소를 통해 비용을 줄였다.
우선 ‘고집’을 버렸다. 국내 게임사에 만연한 ‘MMORPG 장르’ 의존증을 줄였다. MMORPG란 게임 이용자가 게임 내 특정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현금 결제 유도가 쉬워,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올리는 장르다. 수익성이 높은 덕분에 국내 게임사 다수는 MMORPG 작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다. 넷마블도 마찬가지였다. 효과는 나름 있었다. 2021년까지 넷마블은 괜찮은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문제는 2022년부터 시작됐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MMORPG 게임이 등장하면서,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가 늘어났다. 이들은 국내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국내 게임사의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넷마블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많은 개발비를 들여 만든 게임이 연달아 흥행 부진을 기록했다. 게임 부진은 곧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 급강하로 이어졌다.
넷마블은 변화를 택했다. 유행만 따라가는 전략을 폐기했다. 시장 유행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사의 인기 IP를 녹여낼 수 있는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게임이 바로 ‘세븐나이츠 키우기’다. 넷마블이 보유한 인기 IP 세븐나이츠를 활용해 만든 ‘방치형(자동으로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게임)’ 장르의 작품이다. 2023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공개 직후 분기 평균 일매출 8억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구글플레이·앱스토어 게임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넷마블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서비스 시작 전만 해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만든 ‘대작’이 아닌 데다, 게임업계에서는 ‘인디’로 분류하거나 1인 개발작이 대부분이었던 방치형 장르였던 탓이다. 그러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세븐나이츠’ IP의 힘과 때마침 불어닥친 방치형 장르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예상을 넘어선 성적을 기록했다.
이외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내놓으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2023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아스달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신작을 연달아 내놨다. 이들 작품 모두 시장에 안착하며 넷마블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게임 산업 트렌드를 다시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넷마블만이 할 수 있는 걸 정확하게 파악해 감을 잡았다는 판단이다”라고 평가했다.
회사의 체질 개선 정책 역시 빛을 발했다.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인건비를 축소하고, 광고선전비 집행을 효율화했다. 전반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지난해만큼의 인원 감축은 예정돼 있지 않으나, 신규 채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증가를 억제할 계획이다. 동시에 수수료 비용 감축 효과를 톡톡히 봤다. 넷마블은 작품 대다수가 모바일 게임이다. 스마트폰용 OS를 운영하는 구글과 애플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 모바일 게임을 결제할 때 자체 결제 창구인 구글페이먼트와 애플페이먼트를 이용하도록 강제했다. 해당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출의 30%가 수수료로 빠져나간다. 구글과 애플은 큰 이익을, 게임 개발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였다.
다만, 최근 들어 반독점 기조가 강해지자, 구글과 애플은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했다. 넷마블은 이 틈을 잘 파고들었다. 2024년 2분기에 선보인 ‘아스달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레이븐2’ 세 게임 모두 게임 이용자가 아이템을 살 때 PC 플랫폼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조정했다. 수수료를 낮춰 이익률 높이기에 나선 것. 증권가는 세 게임의 PC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추정한다. PC를 이용한 결제 금액은 PG(결제 대행) 수수료·기타 비용을 포함한 약 7.5%의 수수료만 부과된다. 구글·애플 마켓 수수료가 30%인 점을 고려하면 이익률이 22.5%포인트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도기욱 넷마블 CFO는 “(넷마블은) 2022년도부터 주요 비용을 철저히 관리해왔다. 올해 그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인 지급 수수료는 2023년까지 39% 수준이었으나, PC 플랫폼 확장 효과로 올해 상반기 35.9%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흥행률·다작화 효과로 UP
전망도 나쁘지 않다. 게임업계와 증권가는 넷마블이 올해를 넘어 2025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내다본다. 인기 IP를 활용한 신작이 쏟아지는 덕분이다.
8월 13일 방치형 게임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를 공개한 데 이어 2025년 2분기에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내놓는다. 인기 IP인 일본 만화 ‘일곱 개의 대죄’를 활용한 게임이다. 넷마블은 만화 IP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활용하는 기술 ‘카툰 렌더링’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각종 만화 IP를 활용해 흥행작을 만들어왔다. 두 신작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실제로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는 일본,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비스 시작 하루 만에 일본 앱스토어 게임 분야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작품 외에도 다른 신작을 연달아 내놓는다. 올해 하반기 수집형 전략 게임 ‘킹 아서: 레전드라이즈’ ‘데미스 리본’ MMORPG 장르의 ‘RF 온라인 넥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편중되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인다. 서비스하는 게임의 종류를 늘려 넓은 게임 이용자층을 흡수하는 게 목표다.
향후에도 내·외부의 인기 IP를 개발해 신작을 적극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내부에서 갖고 있는 IP와 더불어 외부 IP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좋은 IP가 있고, 개발 경쟁력이 갖춰진다면 외부 IP도 언제든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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