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불러온 '벌떼 주의보'…벌초 때 이 색깔 옷 입지 마세요
지난 19일 오후 1시 18분쯤 전남 해남군 한 폐교에서 풀을 베던 50대 A씨가 “벌에 쏘인 것 같다. 호흡이 힘들다”고 호소하면서 쓰러졌다. 119구급대가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1시간 뒤 사망했다. 비슷한 시각 함께 작업하던 동료도 벌 쏘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사고 현장 관계자는 “벌집이 땅속에 있어 확인이 어려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A씨에게 벌 쏘임으로 인해 호흡곤란이 온 것으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벌에 쏘여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제주 조천읍 목장에서도 지난 19일 벌에 쏘인 3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앞서 16일에는 경기 군포시에서 제초 작업자 2명이 말벌에 쏘여 이중 1명이 숨졌다. 지난 15일 오후 1시 40분쯤에는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서 벌초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 벌에 쏘였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이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벌 쏘임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를 이상 기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봄부터 여름까지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등검은말벌 등 외래종 아열대 말벌 활동이 활발해졌고, 곤충 등 먹이가 풍부해져 토종 말벌도 생존율이 올라간 것이다. 특히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말벌 활동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추석이 일러 벌초 시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문호 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토종 말벌 먹이인 곤충이 많아져 말벌 애벌레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말벌 활동량도 증가한다”며 “토종 말벌이 땅속이나 사람 키 높이 부근에 집을 만드는데 벌초 작업 등을 하면서 건드리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 벌 쏘임 사고는 2020년 4947건, 2021년 4872건, 2022년 6953건, 지난해는 6815건으로 증가 추세다. 또 해마다 10명가량이 벌에 쏘여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방당국 벌집 제거 출동 건수를 살펴보면 7∼9월이 8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벌의 주된 활동 시점이기도 하다.
소방청은 비교적 이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묘·벌초할 때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벌 쏘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야외 활동 시에 ▶흰색 긴 팔 옷차림을 하고 ▶챙이 넓고 밝은색 모자를 쓰며 ▶향수 등은 말벌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피해야 한다. 벌집과 접촉했을 때는 ▶머리 부위를 감싼 뒤 신속하게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피하고 ▶눈에 보이는 벌침은 신용카드 등으로 밀어 신속히 제거해야 하며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얼음 주머니 등으로 찜질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말벌의 천적인 곰이나 너구리 털 색깔과 비슷한 검은색이나 갈색 계통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며 “양봉업자나 119대원이 흰색 보호복을 입는 이유는 흰색이 가장 안전한 색이기 때문이다. 벌초하기 전에 산소 주변을 살피고, 벌집을 발견하면 즉시 전문가나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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