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앙.1st] '2경기 연속골' 터뜨리긴 했지만…이강인의 현실적인 입지는 '후반 조커'

김희준 기자 2024. 8. 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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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강인이 2경기 연속골로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강인의 주전 입지가 탄탄해보이지는 않는다.


2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2024-2025 프랑스 리그앙 2라운드를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몽펠리에에 6-0 대승을 거뒀다.


르아브르와 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이강인은 이번 경기 벤치에서 출발했다. 공격진은 브래들리 바르콜라, 마르코 아센시오, 우스만 뎀벨레가 선발로 나섰고 중원엔 주앙 네베스,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머리가 위치했다. 지난 경기 선발진에서 5명이 교체됐다. 아센시오가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올라선 걸 감안하면 지난 경기와 비교했을 때 사실상 6명이 바뀐 셈이다.


이날 선발로 나선 선수들은 모두 걸출한 활약을 펼쳤다. 몽펠리에가 PSG보다 전력상 부족하고, PSG가 몽펠리에를 상대로 최근 리그 10연승을 기록할 만큼 상성이 좋긴 했어도 6-0이라는 결과는 선발 선수들의 훌륭한 호흡 없이는 만들기 어려운 일이다.


주앙 네베스(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선 중원 세 선수의 합이 매우 좋았다. 그중에서도 네베스가 뛰어난 패스 능력과 탁월한 공간 이해도를 보여주며 2도움을 기록해 공격수 바르콜라와 함께 대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비티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활약하며 지난 시즌 후반기 물오른 경기력을 이어갔다. 비교적 활약이 미미했던 자이르에머리도 다섯 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체면을 차렸다. 세 선수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올라선 위치가 편한 자이르에머리를 제외한 네베스와 비티냐는 후방 빌드업 시 수비라인과 높이를 맞춰 스리백을 형성하는 등 안정적인 공격 전개에도 일조했다.


공격수들도 모두 준수했다. 바르콜라는 대단한 스피드와 저돌적인 드리블로 몽펠리에 수비에 연신 균열을 일으켰고, 훌륭한 마무리까지 선보이며 멀티골을 넣었다. 아센시오는 마냥 최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아래로 내려와 공 순환에 힘을 보탰고 네베스의 훌륭한 패스를 이어받아 경기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뎀벨레는 전반에는 조용했는데 후반 8분 크로스로 바르콜라의 득점을, 후반 15분 정확한 전진패스로 자이르에머리의 골을 도우며 공격포인트를 적립했다.


선발 선수들이 모두 좋았던 가운데 이강인은 교체 선수 중 가장 눈에 띄었다. 후반 17분 뎀벨레 대신 투입돼 주로 오른쪽에 머물며 더 좋은 공간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후반 43분에 나왔다. 이강인은 페널티박스에 있는 랑달 콜로 무아니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고, 콜로 무아니는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직접 득점까지 터뜨렸다. 5-0으로 앞서던 후반 37분 이강인이 오른쪽 뒷공간으로 침투하던 데지레 두에에게 패스했고, 두에가 소유권을 지켜낸 공이 하키미를 거쳐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에 있던 이강인에게 돌아왔다. 이강인은 짧게 중앙으로 공을 쳐 슈팅 각도를 만들어낸 뒤 강력한 슈팅으로 경기 여섯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비교적 괜찮은 선방 능력을 보여준 뱅자맹 르콩트 골키퍼를 그대로 얼어붙게 만드는 기술적인 슈팅이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스만 뎀벨레(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이 2경기 연속골로 실력을 증명했지만 올 시즌에는 선발보다 교체로 나서는 경우가 많을 걸로 예상된다. 일단 미드필더진이 너무도 견고해졌다. 이날 네베스, 비티냐, 자이르에머리 모두 평균 이상이었을 뿐더러 유로 2024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파비안 루이스도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엔리케 감독이 올 시즌 이강인의 주 포지션을 미드필더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마지막 교체로 왼쪽 윙어 이브라힘 음바예를 투입하며 이강인이 아닌 두에를 중앙 미드필더로 옮겼다.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를 두고 뎀벨레와 경쟁할 전망이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드리블이 폭발적인 뎀벨레와 킥이 정교한 이강인은 제공할 수 있는 옵션이 서로 달라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킬리안 음바페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상황에서 PSG에 있는 프랑스 최고 스타가 뎀벨레라는 점에서 뎀벨레가 이강인보다 주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적료나 연봉을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뎀벨레가 비교적 기복이 심한 축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강인이 좋은 경기력을 통해 주전을 거머쥘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 교체로 나서더라도 오늘처럼 득점을 터뜨리거나 공격포인트를 꾸준히 기록만 한다면 엔리케 감독도 이강인을 마냥 교체로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시즌 이강인의 주전 향방은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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