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에 함께 웃은 KIA, 앞으로도 인연 이어간다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야구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정상에 오른 가운데, 이들에게 야구공을 지원한 KIA 타이거즈도 미소 지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23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수들이 참 대단하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도움이 됐다고 하니까 우리로선 고마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고시엔 결승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간토다이이치고(관동제일고)를 2-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라섰다. 2021년(준결승), 2022년(1차전 패배), 지난해(본선 진출 실패)까지 3년간 쓴맛을 봤지만, 올해 그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교토국제고는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단을 창단했고,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창단 이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역사는 길지 않지만, 전국 대회에서 새 역사를 쓴 교토국제고다.
한국에서 교토국제고가 주목받게 된 건 2021년이었다. 당시 교토국제고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고시엔 무대를 처음 밟게 됐고, 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교토국제고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1년 5월 중순 야구공, 치료용 스프레이 등 10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지원하면서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KIA 구단도 힘을 보탰다. 심재학 단장이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사정을 접한 뒤 경식 야구공 1000구를 기부하기로 했다. KIA로부터 야구공을 받은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은 직접 편지를 보내 감사함을 표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겨울 일본 팀과의 교류를 위해 오사카에 방문했을 때 학교의 사정을 들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게 야구공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스프링캠프에서 썼던 공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거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학교 측에서) 공이라도 주신다면 잘 쓰겠다고 하셔서 경식 야구공을 기부하게 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로선 작은 도움을 주려는 생각이었는데,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팀의 사연이) 관심을 받게 됐다"며 "지원했다고 말하기도 좀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고시엔 구장을 누볐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심 단장은 "고시엔이 어떤 대회인지 잘 알고, 또 일본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을 때 고시엔에 대한 선수들의 자세를 보고 감동한 적이 있었다"며 "(교토국제고가) 준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놀랐는데, 그런 대회에서 한국계 학교가 우승한 뒤 한국어 교가가 흘러나오는 걸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교토국제고와 KIA의 인연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KIA는 이번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교토국제고 선수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고, 선수들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심재학 단장은 "최준영 대표이사님께서 사회활동이나 기부에 대해서 매우 강조하시기도 하고, 물품 지원 등 기사로 알리지 않고 (학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씩 (지원 범위를) 늘릴 생각"이라며 "교토국제고라는 학교와 그 학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알게 됐고,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학교에 대해서) 알게 됐기 때문에 도움을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교도통신/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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