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명예 떨어뜨린 ‘가짜’ 명예지점장 [취재수첩]
국내 금융史에 다양한 사고가 있었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은 충격적이다. 회장 처남이라는 이유로 가치 없는 담보나 지불 여력 없는 보증인을 내세웠는데도 4년간 616억원을 선뜻 빌려줬다. 손 회장 취임 전 대출이 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형’ 지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손 전 회장 처남인 김 모 씨는 ‘우리은행 명예지점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어떤 기여를 했길래 ‘명예’라는 칭호를 부여했는지 모르겠다. 우리은행은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내부에서 전혀 그의 ‘호가호위’를 검증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은 이전에도 심각했다.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부터 8년간 총 69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직원은 검찰 수사 중 추가 범행이 드러나 횡령 금액은 707억원으로 불어났고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6월에는 경남 지역 지점 대리급 직원이 고객 명의로 허위 대출을 발생시켜 177억원 넘는 돈을 횡령해 구속 기소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증권사 없는 금융지주’라는 꼬리표를 뗐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을 향후 10년 내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번 금융 사건을 계기로 신뢰는 또 한 번 무너졌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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