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동갑내기 배소현과 코글린이 부른 ‘희망가’

정대균 2024. 8. 2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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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립(而立). 서른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배소현과 코글린의 생존을 위한 첫 번째 솔루션은 20대 젊은 선수들에 절대 밀리지 않기 위해 장착한 '장타'라는 무기다.

배소현은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2.6야드(6위), 코글린은 262야드(59위)다.

배소현의 그린적중률은 77.1%(9위), 코글린은 73.4%%(3위)로 둘 다 투어 정상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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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선수들에게 희망 아이콘 돼


이립(而立). 서른 살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孔子)가 서른 살에 자립(自立)했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절정의 샷감을 과시하고 있는 2명의 여성 골퍼가 있다. 배소현(31·프로바이오)과 로런 코글린(미국)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지난주에 KLPGA투어와 LPGA투어서 동반 우승하며 나란히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둘은 서로 다른 듯 닮았다. 먼저 만 나이가 31살로 같다. 투어 데뷔는 배소현이 2017년으로 2018년에 데뷔한 코글린 보다 1년 빠르다. 생애 첫 우승도 배소현이 먼저 했다. 배소현은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KLPGA투어 8번째 시즌, 154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코글린은 이달 초에 열린 캐나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 CPKC 여자오픈에서 LPGA 7번째 시즌, 10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각각 신고했다.

30대가 주축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달리 L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 30대 선수가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방증이다. 둘은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긴 시간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생존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을 것이다.

배소현은 2011년에 KLPGA에 입회했다. 선뜻 1부인 KLPGA투어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부와 2부를 거쳐 8년만인 2017년에서야 KLPGA투어에 입성할 수 있었다. 코글린은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작년에는 상금 순위 69위로 간신히 시드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

배소현과 코글린의 생존을 위한 첫 번째 솔루션은 20대 젊은 선수들에 절대 밀리지 않기 위해 장착한 ‘장타’라는 무기다. 배소현은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2.6야드(6위), 코글린은 262야드(59위)다. 거기다가 아이언의 정확도도 나쁘지 않다. 배소현의 그린적중률은 77.1%(9위), 코글린은 73.4%%(3위)로 둘 다 투어 정상급이다.

두 선수의 대기만성은 그 자체가 30대의 또래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루저’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자신을 대기만성형 선수로 분류한 배소현은 “꾸준히 노력하며 조금씩 결과를 얻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골프는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소현은 여자 선수들이 남자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다는 주장에 대해 “골프는 남자냐, 여자냐가 아닌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길게 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나도 길게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서 체력과 비거리 등 아쉬운 부분을 채워가며 노력하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소현과 코글린은 이번 주에 나란히 생애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코글린은 22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 배소현은 같은 날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GC에서 개막한 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에 각각 출전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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