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15세 에스더 권 “리디아 고 같은 꾸준한 선수 될 것”
초5때 골프채 잡아… 4년 만에 급성장
모태 신앙인… “시편·잠언에서 힘얻어”
모처럼 아주 당찬 기대주를 한 명 만났다. 열다섯 살 어린 소녀답지 않게 말 한마디에 한마디에 결기가 느껴졌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골프 꿈나무를 만났지만 이처럼 겸손과 예의를 갖추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강한 어조로 밝힌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많은 골프 전문가들이 왜 그를 대형 재목감으로 평가하는지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기대주’ 에스더 권(15) 얘기다.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더 헤븐 골프장에서 그를 만났다. 에스더는 더 헤븐 골프&리조트 권모세 회장의 손녀다.
이런 경우를 흔히들 ‘금수저’라 한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에스더는 “태어나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권모세 회장의 손녀였을 뿐”이라며 “내 미래는 나 스스로 개척해 나갈 것이다”고 강단 있게 말했다.
에스더는 더 헤븐 마스터즈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해 쟁쟁한 프로 언니들과 경쟁했다. 1, 2라운드 동반자는 투어 최정상인 박민지(25·NH투자증권), 이정민(31·한화큐셀)이었다. 1, 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를 쳐 1타가 모자라 비록 컷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에스더를 가까이서 지켜본 박민지의 캐디 전병권은 “골프에 그렇게 진심인 어린 선수는 처음 봤다. 대회 때 만난 아마추어들은 대회에 임하는 태도가 프로와 달리 절박함이 덜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에스더는 눈빛부터 달랐다”라며 “게다가 비거리도 웬만한 프로 선수만큼 나갔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몸을 더 만들고 스윙을 가다듬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멀리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에스더가 골프채를 잡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최근 하늘나라로 떠난 아빠의 손에 이끌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엘리트 골프 선수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불과 4년여밖에 되지 않는다. 구력에 비하면 성장세가 아주 빠른 편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등이 거쳐 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3차례나 우승했다.
에스더의 골프는 PGA투어 콘페리투어를 꾸준히 노크했던 아빠에 의해 가다듬어졌다. 아빠는 에스더의 골프 스승이자 멘토였다. 그는 “아빠가 평소에 퍼팅, 칩핑, 샷, 마인드 셋, 코스 매니지먼트 등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라며 “문제가 있으면 ‘기본으로 돌아가라’했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했다.
에스더의 주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다. 하지만 당분간은 국내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그렇더라도 향후 선수 생활은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할 계획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다닌 스탠퍼드 대학에 꼭 진학하기 위해서다.
대학 진학을 위해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프로, 아마추어 대회를 불문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출전할 생각이다. 우선은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모나크CC·오라클 드림투어 13차전에 추천으로 출전한다.
에스더는 “3년 뒤 만 18세가 되었을 때 느낌이 괜찮다면 프로로 전향할 생각”이라며 “그때가 되면 KLPGA 프로 테스트도 응시할 생각이다. 또 우승시 KLPGA투어 직행 풀 시드가 주어지는 IQT도 도전해볼 계획이다”는 뜻을 밝혔다.
에스더는 아빠를 대신한 새로운 스승을 최근 만났다. 뉴질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이승용 프로다. 그는 “지금까지는 프로님과 잘 맞은 것 같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1주일 전에 볼이 영 안 맞았는데 더 헤븐 마스터즈 개막 1주일 전에 뵙고 와서 볼이 아주 좋아졌다.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에스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태 기독교인이다. 매주 수요일과 주일에는 교회 나가 예배를 드린다. 성경은 늘 곁에 두고 읽는다. 그는 “시편과 잠언을 특히 많이 읽는다”라며 “힘들 때 구절구절이 힘을 준다. 또 멘탈 강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에스더의 롤 모델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27·하나금융그룹)다. 그는 “시합이 잘 안풀려도 항상 여유가 있는 모습이 좋다. 잘 치든 못 치든 항상 일정하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한 것 같다. PGA투어의 웹 심슨도 좋아한다. 리디아와 웹처럼 나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재차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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