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임금님 귀는… ” SNS에 외치는 사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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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특별한 순간과 평범한 하루의 감정 생각 가족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한다.
학창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순간을 기록하고자 사진을 찍고 짧은 글을 작성해 SNS에 올렸다.
주변 사모들도 SNS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활발히 공유한다.
아마도 사역에서 상처받고 고립된 사모들이 'SNS에서만큼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타인의 공감을 절실히 원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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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특별한 순간과 평범한 하루의 감정 생각 가족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한다. 이를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의 일상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남긴 기록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SNS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고 분석하지만, 나에게 SNS는 언제든 과거의 추억을 꺼내보고 그때의 감정과 설렘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도구다.
SNS에서는 지인뿐만 아니라 교회 성도들과도 친구로 연결된다. 처음에는 내 일상이 성도들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진솔하게 삶을 나누며 공유해 왔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전도사 사모 시절로 기억된다. 오랜만에 고교 동창 친구들과 치킨집에서 만났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콜라를, 친구들은 맥주를 주문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순간을 기록하고자 사진을 찍고 짧은 글을 작성해 SNS에 올렸다.
10분쯤 지났을까.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 SNS에 웬 맥주 사진이 올라왔던데…? 사진을 내리면 어떨까요?” 업로드한 사진을 다시 보니 내 앞의 콜라잔이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다. 남편은 혹여 맥주잔이 놓여있는 사진이 성도들에게 오해를 살까 걱정돼 연락한 것이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 당시에는 ‘쳇, SNS에서도 내가 성도들의 눈치를 봐야 하나’ 싶은 뾰족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릴 때면 더 신중하게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주변 사모들도 SNS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활발히 공유한다. 책 후기를 남긴 사모, 기도 요청을 올리는 사모, 이제 막 개척교회를 시작한 사모의 고군분투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의 글에 공감해 ‘좋아요’를 누르고 짧은 댓글로 응원을 전한다.
또 어떤 사모들은 교회에서 겪은 답답함이나 담임목사 부부, 성도들에게 받은 상처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마치 SNS가 사모들의 ‘대나무숲’이 된 듯 사연을 읽다 보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까지 털어놨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글을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올려도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친한 사모들은 날 보며 “꼰대 사모 다 됐다”고 놀리지만, 교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SNS에 공개하는 사모들을 보며 ‘왜 이런 글을 쓰고 공유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가 있는 SNS에서 글의 수위가 높을수록 관심이 커지고, 공유되면서 반응이 더욱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닐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 글을 보니 망설여진다”는 댓글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교회와 공동체의 아픔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믿음을 가질 기회마저 빼앗는다면 그 책임은 크다.
다만 사역자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모들의 이런 글에서 마음을 나눌 사람조차 없는 깊은 고립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사역에서 상처받고 고립된 사모들이 ‘SNS에서만큼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타인의 공감을 절실히 원했던 것은 아닐까.
나 역시 책망할 자격이 없는 부족한 사람이고, 사모도 힘든 상황 속에 고립되면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그들의 아픔과 눈물이 나에게는 먼저 보인다.
눈물과 상처 속에서도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SNS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사모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과 평안이 함께하길 기도한다.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벧후 1:5~7)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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