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국정 과제 ‘4+1 개혁’, 대통령이 중간 점검 나선다
“대통령 머릿속은 지금 ‘4+1 개혁’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정책에 무게추를 둔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당은 당의 일을 한다’는 기조 속에서 역대 정부가 해법을 찾지 못한 국가적 과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브리핑의 정확한 시기와 내용은 여전히 준비 단계”라면서도 “4대 개혁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8월쯤에는 여러 개혁 정책들의 추진 상황을 국민 앞에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변 참모들에게 언급해 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달 말 직접 국정브리핑을 열고 연금·노동·교육·의료개혁, 그리고 저출생 대응 추진 상황과 향후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개혁이 때론 ‘적을 만드는 일’이지만 다가온 과제들은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고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이 할애될 대목은 ‘4+1 개혁’ 중에서도 연금개혁이다. 연금 문제는 한국의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와 맞물린 고차방정식이며 미래세대의 부담과 관련된 이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7.4명인 노년부양비(15~64세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는 2072년엔 104.2명으로 4배가 된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적립금은 2054년 소진된다.
역대 정부는 해답 제시에 실패했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의 조정 폭은 물론이고 정년 연장, 다른 연금과의 관계 등 논점마다 시각이 첨예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더불어민주당은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정하는 것)부터라도 하자고 나섰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연금 제도의 틀 자체를 손보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고 맞섰다. 모수개혁만으로는 기금 고갈 시기를 수년 늦출 뿐 근원적 해결이 못 된다는 주장이었다.
대통령실 역시 지난 5월 “논의 테이블에는 가장 오래 내고, 많이 내고, 늦게 받는 2030 청년들이 앉아야 한다”고 밝혀 구조개혁 필요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소한 60년은 더 운용이 가능하게끔 설계돼야지 한 10년 연장시켜 놓으면 안 된다”고도 말했다. 모수개혁 우선 처리 방안을 두고 “돈으로 표를 사는 일은 그만둬져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정부는 22대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연금 제도의 대안을 마련해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안에 대해 “‘세대 간 형평성’ 제고가 담기고 또 ‘재정 안정화 장치’라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금 재정을 지속 가능하게 하면서 노후 소득도 어느 정도 보장하고, 무엇보다 청년세대가 수긍할 만한 방안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논의 테이블에 2030이 앉아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설명까지 감안하면 이는 결국 연령대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폭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연령대별로 그 인상 속도의 차등까지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예를 들면 수급이 비교적 빨리 다가오는 50대의 경우에는 보험료율을 매년 1% 포인트씩 인상하고, 반대의 처지인 20대는 매년 0.5%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구체적 수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말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란 노년부양비와 경제 상황 등 변수에 따라 낼 돈과 받을 돈을 조절하는 근거 규칙을 의미한다. 기금 고갈이 우려되면 납부를 늘리고 수급을 줄이는 개념이다. 출산이나 군복무 이력의 연금 가입 기간 인정 폭을 늘리는 각종 ‘크레딧’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교육·의료개혁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노동개혁의 경우 정부 관계자들은 “올 들어 큰 노사분규가 있었느냐”는 말을 종종 한다. 실력 행사보다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등 ‘노사법치’가 자리잡았다는 자평이다. 향후 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극복 등 임금격차 해소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어젠다들이 선정돼 있다”고 말했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늘봄학교’ 참여율이 성과로 강조된다. 수능에서 ‘사교육 카르텔’ 해법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도 성과를 평가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교육 없이 접근조차 어려운 ‘킬러 문항’을 배제하되 열심히 준비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구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개혁과 저출생 대응은 보다 긴 호흡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첫걸음을 내디디고 전공의의 희생에 기대던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를 둔다. 다만 여전히 일부 응급의료기관에서 진료 제한이 발생하고, 의료진 피로도가 누적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지금부터 1년여 기간을 ‘정책 추진에 좋은 시간’이라고 본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여야 양측에 큰 정치적 일정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좋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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