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골디락스 콤플렉스

고승욱 2024. 8. 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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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라는 어린 소녀가 숲에서 빈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곳에 들어간 소녀는 식탁 위에 있는 뜨겁고, 차갑고, 적당히 따뜻한 죽 세 그릇 중 세 번째 죽을 먹는다. 배가 불러 졸음이 오자 옆방으로 가 딱딱하고, 물렁하고, 적당히 푹신한 침대 세 개 중 세 번째 침대에서 잠든다. 하지만 잠시 후 오두막 주인인 곰 세 마리가 돌아와 누군가 제일 좋은 죽을 먹고, 제일 좋은 침대에서 잠들었다고 외치자 황급히 달아난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라는 영국 동화의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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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수석논설위원


“골디락스라는 어린 소녀가 숲에서 빈 오두막을 발견한다. 그곳에 들어간 소녀는 식탁 위에 있는 뜨겁고, 차갑고, 적당히 따뜻한 죽 세 그릇 중 세 번째 죽을 먹는다. 배가 불러 졸음이 오자 옆방으로 가 딱딱하고, 물렁하고, 적당히 푹신한 침대 세 개 중 세 번째 침대에서 잠든다. 하지만 잠시 후 오두막 주인인 곰 세 마리가 돌아와 누군가 제일 좋은 죽을 먹고, 제일 좋은 침대에서 잠들었다고 외치자 황급히 달아난다.”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라는 영국 동화의 줄거리다. 오래전부터 구전된 이야기를 1837년 시인 로버트 사우디가 글로 옮겼다. 우리에게는 낮설지만 영미권에서는 매우 친숙한 동화다. 물론 구전동화가 대부분 그렇듯 여러 버전이 있다. 소설, 영화, 오페라로 각색되면서 골디락스가 잔혹하게 죽으며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양 극단 사이의 중간점을 찾고, 적절하고 적당한 해법을 발견한다는 속뜻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서 나온 골디락스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 전문용어로 사용된다. 경제학에서는 경기 과열과 불황 등의 굴곡 없이 꾸준히 성장하는 완벽한 경제 상태를 말한다. 천문학에서는 생명체 존재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행성의 공전 구간을 칭하고, 교육학에서는 학습효과 극대화를 위해 최적화된 스트레스 상태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골디락스가 정치에도 소환됐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미셸 오바마는 “골디락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자”며 흑인 여성의 승리를 의심하는 유권자에게 “무엇이든 하라(do something)”고 외쳤다. ‘적당한 따뜻함과 적당한 푹신함’을 갖춘 후보가 나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말라는 뜻이다.

팔 근육을 강조한 푸른 옷과 흑인 저항정신의 상징인 ‘아프로 헤어 스타일’로 등장한 오바마를 언론은 ‘와칸다의 전사’라고 불렀다. 실제로 그의 연설은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백인 우월주의자와의 전투을 앞두고 치르는 출정식 같았다. 카멀라 해리스가 어제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며 미국 대선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과연 이 싸움은 어떻게 끝날까.

고승욱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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