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女 '갑자기 핑'…초기 뇌졸중 충격, 피임약도 주원인 [건강한 가족]
2030 여성 뇌혈관 질환 증가
갑자기 머리 강타하는 듯한 두통
경구피임약·흡연 땐 위험도 9배
혈관 수치 등 평소 잘 관리해야
33세 여성 신씨는 지난 3월 출근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머리를 강타하는 듯한 두통을 경험했다. 급히 진통제를 먹었지만 통증은 줄지 않았다. 곧바로 병원에 갔고, 경미한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그는 "평소 알던 편두통과 달랐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상황이 다르단 걸 직감했다"고 한다. 의료진이 "편두통을 자주 겪고 피임약을 복용하는 상황에서 흡연까지 한 것이 뇌졸중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담배를 끊고 건강을 챙기는 중이다. 신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려 20대 중반부터 흡연했고 피임약은 청소년기부터 생리 기간 조절을 위해 꾸준히 복용해 왔다"며 "이런 게 쌓여 이 나이에 뇌졸중으로 올 줄 몰랐다"고 놀랐다.
젊은 여성에게서 두드러지는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다. 여성 환자가 많은 편두통과 자가면역 질환(루푸스·류머티즘), 경구 피임약 사용과 임신 중 고혈압·당뇨병 합병증이다. 두통이 나타나기 전 눈앞이 흐릿해지고 주변이 반짝이는 조짐 편두통이 있는 여성은 뇌졸중 위험이 2.5배 높다. 여기에 경구피임약 복용이나 흡연까지 하면 위험도는 7~9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에스트로겐 함량이 낮은 경구 피임약이 많이 나와 이와 관련한 뇌졸중 위험이 다소 줄긴 했지만 피임약과 흡연, 편두통이 결합하면 여전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여성 뇌혈관 질환 5년 새 46%↑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 뇌졸중으로 진료받은 20대 여성은 994명, 30대 여성은 2754명이었다. 김 교수는 "추세를 보면 45세 이하 젊은 여성은 전체 뇌경색의 3~4% 정도로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주목할 점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뇌혈관 질환자 증가다. 2022년 20대 여성 뇌혈관 질환자는 3526명, 30대는 9363명이었다. 5년 새(2018~2022) 각각 40%, 46% 증가했다. 동일 연령 남성의 증가율(20대 30%, 30대 23%)보다도 높다.
20, 30대는 뇌동맥이나 경동맥이 막히고 좁아진 상태라고 진단받은 환자 증가 폭이 컸다. 김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많이 발견되는 면이 있으나 혈관이 좁아져 있는 경우엔 무증상이어도 그 자체만으로 평소 관리가 필요한 뇌경색 위험 인자"라고 말했다.
미국심장협회(AHA)가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35세 이하에서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44% 높았다. 젊은 성인의 성별에 따른 뇌졸중 발생률을 보고한 19개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젊은 여성은 흡연 등 일반적인 뇌졸중 위험 요소 외에도 편두통, 경구 피임약 복용, 임신 등 고유한 위험 요인이 더해진다.
임신 합병증 땐 1.48배 더 위험
임신을 계획 중이면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당뇨병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임신 중독증으로도 알려진 자간전증은 임신 중 단백뇨와 혈압 상승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다. 자간전증 과거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1.48배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 출산 경험 있는 18~45세 여성 6만8658명을 22년(2016~2022)간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다(대한산부인과학회지, 2022).
김 교수는 "임신 전이나 중에 합병증이 있으면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고지혈증약은 임신 중에 피해야 한다"며 "임신 계획이 있으면 미리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경구피임약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면 자신의 뇌졸중 위험 인자를 잘 인지하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뇌졸중이 평소 건강관리를 통해 90% 이상 예방 가능한 병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편두통이 있는 여성이면 뇌 영상을 찍어볼 기회가 있을 때 뇌혈관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며 "직장 건강검진에서 혈관 수치 이상 등 뇌졸중 위험 인자로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면 증상이 없어도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성은 방향감각의 혼란, 기억력 저하, 피로감, 구역질 같은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면 도움된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의심 증상을 ▶이웃(이 하고 웃을 수 있나) ▶손(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나) ▶발(발음이 명확한가) ▶시선(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나)으로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몸 튀겨진다" 사드 춤 췄다…가발까지 쓴 표창원·손혜원 | 중앙일보
- 100만원 '황제주' 돌아오나…미국까지 도와주는 이 종목 | 중앙일보
- 현영 성형한 코 어떻길래…이정민 의사 남편 "재수술 필요" | 중앙일보
- 홍라희 100억 준대도 못 샀다…김환기 ‘우주’와 어긋난 인연 | 중앙일보
- '베이징 비키니' 英도 골치…"근육질이어도 벗지 마" [세계한잔] | 중앙일보
- 금수저 버리고 태평양 건넌 20세女…해리스 키워낸 엄마였다 | 중앙일보
- "손흥민, 토트넘서 방출해야"…영국 매체 잇따라 혹평, 무슨 일 | 중앙일보
- 尹 유독 따르는 '알라바이' 24㎏ 폭풍성장…'새롬이'도 꼬리 내린다 | 중앙일보
- 임현식 "모친상·아내상 때도 일했다"…'수퍼 노인 증후군' 뭐길래 | 중앙일보
- 태풍 '산산' 일본 관통할 듯…한반도엔 열풍과 냉풍 번갈아 분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