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여야 관계 더 나빠질 게 없다? [신율의 정치 읽기]

2024. 8. 23.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신임 대표가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전달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체제 시즌2가 시작됐다.

시즌2에서 여야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시즌1 때보다 여야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편에서는 더 경색되기야 하겠느냐 얘기한다. 이미 경색될 대로 경색됐는데, 어떻게 더 경색되겠나 이런 의미인 듯싶다.

두 견해의 공통점이 있다. 이재명 2기 체제에서도 여야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재명 1기 체제보다 2기 체제에서 이재명 대표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더욱 강화됐다. 이재명 1기 지도부에는 친문 고민정 의원이 존재했지만, 현재 지도부에서는 친문의 그림자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심지어 그나마 “할 말은 한다”는 정봉주 전 의원마저 최고위원 입성에 실패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미권스’라는 팬덤을 가진 정치인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한때 최고위원 경선에서 1등을 했음을 감안하면, 그의 낙선은 현재 민주당이 ‘누구의 정당’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강성 친명 지지자 의중에 따라 민주당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찐명’이 대거 포진한 지도부에서 이런 경쟁이 나타나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오버’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당연히 정국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재판 중 두 건 정도는 9월 말에서 10월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나는 위증교사와 관련한 사건이고, 다른 한 건은 공직선거법 관련 건이다.

현재 이 대표 측은, 두 건 모두 무죄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건 모두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어쨌든, 최소한 두 사건 중 하나만 실형 혹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이 나오면 민주당은 큰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김두관 전 의원의 언급을 잠깐 살펴보자.

김 전 의원은 지난 8월 16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사실 당내에서 다들 쉬쉬하지만 9, 10월 재판 결과가 워낙 엄중해서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라면서 “본인(이 대표)은 유죄가 아니라고, 안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데 만약 나오면 본인이나 우리 당에 모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의원이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단언한 것은 아니다. 단지, 실형 혹은 100만원 이상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당이 상당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김 전 의원 판단에 아마도 적지 않은 이가 동의할 것이다.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상당히 격렬하게 반발할 테다. 강성 지지층은 ‘검찰 공화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정권 타도를 외치며 거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때 정

국은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신임 최고위원 중 한 명은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이 나오면)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국민적 저항을 받는다는 것을 재판부도 너무 잘 알 것”이라 말했고, 다른 최고위원은 “유죄 가능성 자체를 거의 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어떤 판결이 나오건 이는 사법부의 ‘객관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이런 식의 발언은, 자칫 사법부에 대한 ‘예비적 차원의 압력’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공당 구성원은 이런 언급은 피해야 한다. 어쨌든, 만일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민주당이 어떤 행동을 할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김경수 전 지사 귀국이다.

김 전 지사가 비명계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민주당 내 비명계 숫자가 어느 정도 돼야 한다. 하지만, 경선 결과에서 볼 수 있듯, 현재 민주당 내에 비명이 설 자리가 거의 없다. 또 지난번 공천 과정에서 비명은 거의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정치인이 등장해도, 거의 ‘나 홀로 구심점’이 될 확률이 크다.

이뿐 아니다. 김경수 전 지사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에서 여론 조작을 공모한 인물이다. 그것도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모두 일관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 물론 본인은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지만, 이는 그의 ‘주관적 주장’일 뿐이다.

정치인이 사법부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거나 본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거의 ‘세계적인 추세’다.

쿠르츠 오스트리아 전 총리나, 현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이 무죄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니 김경수 전 지사의 무죄 주장도 그리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사법부 판결을 신뢰하지 않으면 국가와 법치 그리고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김경수 전 지사의 무죄 주장은, 일부 강성 친문 지지층 호응은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중도층이나 보수층은 공감할 수 없을 내용이다.

어쨌든, 김 전 지사는 복권됐지만, 그가 자신의 과거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를 중심으로 소수의 비명 세력이 규합한다고 해도 정치권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반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실형 혹은 100만원 이상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모종의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이런 움직임 역시, 민주당 내부에서 발생한다기보다는 당 외부 정당들, 예를 들어 개혁신당 일부 세력과 새로운미래 등 정당들이 민주당 내 소수 비명 세력과 연대하고, 여기에 김동연 지사가 호응하는 식이 된다면 어느 정도 가능한 스토리다. 그럼에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선고가 내려질 경우 민주당 강성 친명 반발이 워낙 거셀 것이기에, 이런 움직임의 동력이 어느 정도 생길지는 의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1인 중심 정당’임이 입증됐다. 이런 상황이 공당으로서의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이재명 대표의 중도를 향한 ‘구애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모습이 중도층을 움직일 수 있다면, 현재 민주당에 쏟아지는 비난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여야 대표 회담이다. 이 회담에서 나름의 생산적 결과물이 나온다면, 여야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