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노트’로 단박에 유니콘…제4인뱅 도전 [천억클럽]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8.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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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국신용데이터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앞세워 법인 설립 6년 만에 유니콘에 도달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제공)
정부가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설립을 추진 중이다. 카뱅(카카오뱅크), 토뱅(토스뱅크), 케뱅(케이뱅크)에 이은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 현대해상 등 ‘레거시’ 금융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도전장을 던진 가운데 생소한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신용데이터(Korea Credit Data·KCD)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알려진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2017년 ‘사장님을 위한 가계부’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 사업장 매출 정리·분석, 고객 통계·리뷰, 납세 정보 제공 등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한다. 김 대표가 제4인뱅에 도전한 이유는 소상공인과 관련한 데이터를 토대로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에서다. 우리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가 주도하는 KCD 컨소시엄에 참여해 힘을 싣는다.

자영업자 사이에서 캐시노트는 ‘필수템’이다. 조금 과장하면 캐시노트 없이 자영업을 시작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8월 기준 캐시노트 이용 사업장은 150만곳이다.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316만개)의 절반에 달한다. 거래 규모는 470조원이 넘는다. 김 대표가 창업한 지 불과 7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캐시노트는 어떤 메뉴가 가장 많이 팔렸고, 단골고객이 얼마나 늘었는지 분석해준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같은 상권이나 업종 내 평균 매출액도 정확하게 알려준다.

특히 캐시노트는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쉽다는 게 강점이다. 바쁜 소상공인은 카드사별로 제각각인 입금액을 기억하거나 내일 또는 며칠 후 계좌로 입금받는 총금액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월세나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 지출되면 현금흐름이 막힐 수 있다. 경영관리 서비스로 시작했던 캐시노트는 제휴사와 연계된 금융 서비스, 물품 구매, 커뮤니티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소상공인에 특화된 슈퍼앱으로 진화했다.

투자사 러브콜도 쏟아졌다. 한국신용데이터는 법인 설립 뒤 6년 4개월, 캐시노트를 선보인 이후 5년 5개월 만에 1조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두 번째 핀테크 유니콘이다.

2021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단계에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4000억원을 인정받았고, 2022년 10월 LG유플러스로부터 시리즈D2 투자 라운드에서 1조1000억원의 몸값으로 유니콘에 등극했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을 포함해 카카오, KB국민카드, 신한카드, GS, KT,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 기업은행, iM뱅크(옛 대구은행) 등 다양한 업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7월에는 한화생명으로부터 500억원을 유치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 누적 투자액은 3100억원이다.

매출도 성장세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소상공인용 구독 서비스에 힘입어 전년 대비 2배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23년(연결 기준) 매출이 1380억원으로 전년(646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영업손실률은 48%에서 16%로 3분의 1로 줄어들며 수익성이 나아졌다.

오픈서베이 이어 연쇄 창업

소상공인 특화 제4인뱅 도전

한국신용데이터 투자에는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고르게 참여했다. FI가 시리즈별로 참여하며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줬다면 SI는 기술 협업 사례를 이끌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배달 매출 빠른 정산’은 SI인 국민은행과 전략적으로 협업한 사례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손님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2~3일 뒤에나 받을 수 있다. 특히 배달 플랫폼 정산 주기는 이보다 더 늦다. 길게는 정산 과정이 2주 가까이 걸린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상공인 배달 매출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매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한국신용데이터 역시 매출채권을 매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SI인 국민은행과 협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김 대표에게 한국신용데이터는 첫 창업회사가 아니다. 1987년생인 김 대표는 연쇄 창업자다. 연세대 산업공학과 출신인 그는 재학 중인 2011년 아이디인큐(옛 오픈서베이)를 공동창업해 국내 모바일 조사 시장을 열었다. 2016년에는 이를 인정받아 포브스 아시아로부터 ‘30 under 3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업을 꿈꾸고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미국·영국에서 소상공인 신용을 분석한 대출 시장이 탄탄했는데, 국내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과거 소상공인은 사업장 대출이나 업력(業力)보다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 대표의 신용도가 대출 금리와 한도에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대기업 20년 재직하다 창업한 지 1년이 안 된 요식업자가 20년째 식당을 운영한 베테랑보다 더 좋은 신용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금융권에 소상공인 신용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이 같은 모순을 일으켰다고 봤다. 그는 소상공인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하고 분석 가능한 데이터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캐시노트를 만든 배경이다.

김 대표가 제4인뱅에 뛰어든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설립을 추진하는 ‘KCD뱅크’는 비대면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를 유의미하게 키우는 게 목표다. 현재 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사업자대출 잔액은 약 4조원으로 개인대출 잔액(66조원)과 비교하면 낮다. 인뱅 3사가 사업자대출 공급에 저조한 이유로 신용평가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이 언급되곤 했다. 인뱅 3사의 모기업은 소상공인에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신용평가에 활용할 만한 정보를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면허상 지점을 설치할 수 없어 활발하게 대면 영업을 하기 어렵고, 현장 실사 없이 비대면으로 취급하기에는 위험이 따랐다. 예를 들어 인뱅 3사 사업자대출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업에서의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신용카드 가맹점 절반을 확보한 캐시노트는 요식업장 가맹점 80%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이 정보를 활용하면 소상공인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모형 구축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한국신용데이터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라이선스를 통해 소상공인을 위한 첫 번째 은행을 만들고자 한다”며 “KCD 컨소시엄은 소상공인과 개인기업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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