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이원석 검찰총장, 수심위 회부…"논란없게 매듭"
이원석 검찰총장은 23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야당이 ‘봐주기 수사’라고 공세를 벌이는 가운데 논란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선 외부 민간전문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임기를 3주 남겨둔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명품백 수사 종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선 용산과 여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검찰청은 이날 “검찰총장은 오늘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위반 법리를 포함해 수심위에 회부하고,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의 수심위 소집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의 수심위 소집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례보고에서 김 여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한 지 하루만이다. 9월 15일 임기 만료 전 김 여사에 대한 처분까지 직접 마무리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전날 퇴근길에서 기자들이 수심위 소집에 관해 물을 때까지만 해도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최재영 목사가 선물한 명품백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의 관련성·대가성이 불분명하고,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불기소 결론을 내린 상태다. 최 목사는 자신이 해 오던 통일운동 등은 대통령 업무 범위에 포함되고, 명품백을 선물한 이후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대한 국립묘지 안장 등 김 여사에게 청탁을 시도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명품백은 청탁 대가가 아닌 김 여사가 접견을 허락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실제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언급한 통일TV 송출 재개는 명품백을 선물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야 요청이 이뤄졌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전담수사팀이 구성된 이후 3개월간 이뤄진 이같은 수사 내용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사팀은 물론 이 총장 역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의 경우 혐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 조항의 부재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했다고 한다. 대검찰청이 이날 이 총장의 수심위 소집 사실을 알리며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한 이유다.
다만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처벌 자체가 어려운 청탁금지법 이외에 알선수재 혐의 등 또 다른 혐의 가능성에 대해 외부의 추가 판단을 받는 게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봤다. 이에 따라 이 총장은 수심위 소집을 요청하며 판단 범위에 청탁금지법 위반은 물론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까지 포함했다. 알선수재는 공무원 직무에 관해 알선할 목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대한 청탁·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경우 적용된다. 중앙지검은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역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없어 적용이 어렵다고 이 총장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대검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심위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하여 외부 민간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사건을 최종 처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수사 결과 보고 하루 만에 수심위를 소집하는 신속한 결정을 내렸지만 임기 내에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심위는 최대 300명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그룹에서 무작위로 15명의 위원을 추출해 구성된다.
이후 사건 관계인의 의견서를 받고, 위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의 주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PT)하는 절차 등을 거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기소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다만 수심위의 의결은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수사팀이 수심의 결론을 존중해 최종 처분을 결정하는데 통상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3개월이 소요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수심위 소집 결정에 대해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여권 내부에선 이 총장이 지난 1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검찰 수사팀의 의견과 달리 수심위에 회부해 결국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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