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사망사고, 품질검사 조작·무리한 작업…‘총체적 부실’

김재민 2024. 8.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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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2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품질검사 조작, 재생산을 위한 무리한 제조공정 가동, 이 과정에서의 미숙련공 투입, 대피경로 미확보 등 총체적 부실이 사고 원인으로 조사됐다. 사진=박효상 기자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이 지난 2021년 최초 군에 납품할 당시부터 줄곧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해 품질검사를 통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오전 10시30분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수사 결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인력 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경영자,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자 등 4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순관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노동당국이 법 위반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사례는 몇 차례 있지만 발부된 적은 아직 없다. 박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법 시행 후 첫 사례가 된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조사결과 아리셀은 2021년 일차전지 군납을 시작할 당시부터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 등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해 왔다.

그러던 아리셀은 올해 4월분 납품을 위한 품질검사에서 처음으로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무작위로 선정한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선정된 시료에 적힌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탄로 난 것이다.

아리셀은 올해도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리튬전지 납품계약을 맺고 지난 2월 말 8만3000여 개를 납품한 데 이어 4월 말에도 8만3000여 개의 전지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규격 미달 판정으로 4월 납품분을 재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6월분(6만9000여 개) 납기일도 다가오자 아리셀은 지난 5월10일께 ‘하루 5000개 생산’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제조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5000개는 아리셀 공장의 일평균 생산량의 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리셀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신다이아(메이셀의 전신)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았다. 이어 숙련되지 않은 이들을 충분한 교육도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파견법에 규정된 32개 파견근로 허용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불법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지난 3∼4월 2.2%였던 평균 불량률은 5월 3.3%, 6월 6.5%로 치솟았고, 케이스 찌그러짐이나 전지 내 구멍 등 기존에 없던 유형의 불량도 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아리셀은 문제 해결 없이 케이스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거나 구멍 난 케이스를 다시 용접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산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메쉬(리튬 배터리 니켈 소재의 얇은 망) 절단 공정에도 일용직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돼 직접 작두를 이용, 절단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숙련되지 않은 근로자들이 수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절단면에 뾰족한 형태의 잉여 부분이 발생했고, 이것이 외부에서 들어온 금속 이물질과 함께 폭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16일에는 미세 단락으로 인해 전지에 발열이 생기는 것을 처음 인지한 뒤 정상 전지와 분리하는 작업을 거쳤지만, 6월8일 이후에는 발열전지 선별 작업조차 중단하고 분리 보관하던 발열전지도 납품 대상에 다시 포함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사고 이틀 전인 6월22일에는 전해액 주입을 마친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해당 시점에 전해액이 주입됐던 전지들은 그대로 이틀 뒤 오전 9시19분 사고 장소인 3동 2층으로 옮겨졌고, 약 1시간 뒤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

비상구 설치 등 대피경로 확보에도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난 공장 3동 2층에선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 비상구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 중 일부는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됐다. 항상 열릴 수 있어야 하는 문에 보안장치가 설치되기도 했다. 

근로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배터리 폭발 시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안전지침을 알지 못한 탓에 최초 폭발이 발생한 오전 10시30분3초부터 출입문을 통해 근로자가 마지막으로 대피한 10시30분40초까지의 골든타임 ‘37초’를 놓쳤다.

결국 23명의 희생자가 출입문을 불과 약 20m 남겨둔 지점에서 모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화재 직후부터 수사본부를 편성, 아리셀 등 3개 업체 관련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4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을 진행했으며, 피의자 및 참고인 103명을 131회에 걸쳐 조사해 이 중 18명을 입건했다. 또, 수원지검은 이날 박 대표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0분께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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