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혐오냐" 여군 그림에 '집게손 경례'…논란 일자 軍 결국
군 장병 헌혈 장려 포스터에 여군의 ‘집게손가락 거수경례’가 실려 남성 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온라인상에서 ‘3훈련비행단 여름 헌혈 이벤트’ 홍보 포스터 속 여군의 손가락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한 네티즌은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국민신문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남혈액원은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 ‘여름 헌혈 이벤트’란 내용의 포스터 20여 부를 제공했다. 이 포스터는 경남혈액원이 장병들의 헌혈을 장려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랑의 헌혈운동 기간 중 부대 내에 게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터는 헌혈하면 기본 기념품 1개와 스탠드 핸디 선풍기를 함께 준다는 내용이다. 이 글 옆에 여군이 왼손에 소총을 든 채 오른손으로 거수경례하는 듯한 모습의 캐릭터가 담겨있다.
네티즌들이 문제 삼는 것은 이 여군의 오른손 모양이다. 손바닥을 곧게 펴고 손가락들도 모두 일직선이 되는 일반적인 거수경례가 아니라 이 여군은 집게 손 모양을 하고 있다. 집게손가락 모양은 여초 사이트 등에서 한국 남성의 주요 신체 부분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민원인 A씨는 “대한민국 군대를 사랑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3훈련비행단 홍보 포스터’에 등장한 ‘잘못된 거수경례’ 그래픽을 접하고 너무도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면서 “그래픽 속 ‘경례 동작’이 남성 혐오 표현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래픽 속 ‘거수경례’ 동작을 보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펴서 ‘집게손가락 모양’을 만든 이후 눈썹과 눈 사이에 갖다 댔다”면서 “이는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대한민국 300만 예비군 누가 보더라도, 아주 불쾌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몰상식한 경례 동작이다”라고 했다.
A씨는 “현재 시행 중인 군예식령 제5조(경례의 의의) 따라 경례는 국가에 대한 충성의 표시 또는 군인 상호 간의 복종과 존중 및 전우애의 표시로서 행하는 예의이며, 이는 엄정한 군기를 상징하는 군 예절의 기본이 되는 동작이므로 항상 성의를 가지고 엄숙 단정하게 행하여야 한다”면서 “일반적으로 ‘거수경례’라 함은 오른손을 들어서 하는 경례를 많이 떠올리며, 군에서는 이 ‘거수경례’를 하는 방식이 딱 정해져 있다. 입대 후 입소식을 위해 훈련소에서 차렷 다음으로 배우는 제식동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3훈련비행단 홍보 포스터’에 ‘잘못된 거수경례’ 그래픽을 삽입한 담당자 및 지휘관(결재권자)을 징계해 군대의 엄정한 기강을 확립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이 포스터가 젠더 갈등을 부추긴단 내용의 민원이 경남혈액원과 국방부에 접수돼 제3훈련비행단은 부대 내에 게시된 모든 포스터를 회수해 폐기했다.
경남혈액원은 이날 제3훈련비행단 측에 포스터 제작 경위 등이 담긴 공식 사과문을 전달했다. 부대는 이를 장병들에게 공지했다.
경남혈액원은 사과문에서 “헌혈 홍보 포스터 제작 시 유료사이트를 이용했으며, 해당 사이트에 즉시 문제 제기 및 삭제 조치했다”며 “이번 헌혈 행사 홍보 포스터의 특정 이미지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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