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하남시 변전소 갈등…"연 3000억원 전력구입비 증가"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대규모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필요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을 두고 하남시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하남시가 “주민 건강권을 해친다”며 변전소 건축허가를 불허하자 한전이 23일 “안전성을 이미 검증했고, 필요한 법적 요건을 갖췄다”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오는 2026년 6월 준공 목표였던 전력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도권 전력 수급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전, 전력 수요 대비해 변전소 증설 추진
총 사업비 규모가 6996억원인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은 기존 하남시 감일동 산2번지 일대에 있던 교류 345kV(키로볼트) 옥외시설을 옥내화하고 초고압직류(HVDC) 전압 500kV 관련 시설을 증설하는 국책사업이다. 앞서 한전은 전력 수요 증가로 동서울변전소를 통해 수도권으로 가는 전력공급량이 현재 2.5GW(기가와트)에서 2027년 0.6GW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동해안에서 3.9GW를 새롭게 끌어와 수도권의 전력 수요량을 커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만약 HVDC 설비가 증설될 경우 전력공급량은 현재 2.5GW(하남지역 1GW, 수도권 1.5GW)에서 4.5GW(하남지역 1.2GW, 수도권 3.3GW)로 늘어난다.
하지만 하남시가 지난 21일, 건축허가를 최종 불허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하남시는 ▶대규모 거주 단지(감일신도시) 및 다수의 교육시설과 연접해 있는 점 ▶주민 수용성이 결여돼 있는 점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근 주민들 “증설 몰랐다”며 반대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힌 한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남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전자파는 전류량보다 거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했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100m만 떨어져도 1만 분의 1로 감소해 주택단지까지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전이 전날 동서울변전소 인근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변전소 경계 펜스 지점에서 0.079μT(마이크로테슬라)가 측정됐다. 일반 편의점 냉장고에서 나오는 전자파(0.12μT)보다 낮다. 여기에 시설을 옥내화할 경우 실외에 있을 때보다 전자파는 약 55~60%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기존 부지 내 진행되는 사업이라 관련 법령상 의무가 아니지만, 지역 주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7차례(1차례는 반대로 무산)나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전력 수급 차질 우려
이번 사업이 무산될 경우 전력 수급 불안과 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곳은 동해안에서 발전하는 총 17기가와트(GW)의 전력 중 8GW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총 280㎞)의 ‘종점’격인 곳이다. 동서울발전소 증설이 엎어질 경우 수도권으로 가는 전력 공급 계획 중 절반(4GW)이 갈 수 없게 된다. 특히 발전 비용이 저렴한 동해안의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지 못하면, 수도권 근처의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전력을 수급 해야 한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기에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전은 사업이 좌초될 경우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전력구입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전은 하남시에 이의 제기를 하고, 지역 주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번 사업이 지연될 경우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라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총리실의 개입 근거 및 의무를 부과하고 하남시에 적절한 당근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상 등 특례를 강화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항암치료 좀 쉬면 안될까요” 죽음 앞둔 72세 마지막 할 일 | 중앙일보
- "손흥민, 토트넘서 방출해야"…영국 매체 잇따라 혹평, 무슨 일 | 중앙일보
- 트럼프 60분 떠든 영상, 한 줄로 요약…한국 AI가 일냈다 | 중앙일보
- 현영 성형한 코 어떻길래…이정민 의사 남편 "재수술 필요" | 중앙일보
- "제1적대국과 히죽히죽"…'신유빈과 셀카' 북한선수들 사상검열 | 중앙일보
- "당근하러 헤매"…홍상수 손 잡았던 김민희 민소매 옷, 알고보니 | 중앙일보
- 아파트 공용공간 불법 개조해 34평→46평 만든 '황당' 입주민 | 중앙일보
- 집앞 텃밭마다 수상한 붉은 꽃…어촌마을 발칵 뒤집은 양귀비 | 중앙일보
- 서세원 딸 서동주 "부친 장례식서 '숭구리당당' 춘 김정렬 감동" | 중앙일보
- 저혈당 쇼크 쓰러지자 이것 뜯었다…남성 구한 중학생 행동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