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고토 코치, "고시엔은 일본 야구인에 큰 의미…교토국제고 대단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고토 고지(55) 작전코치가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에 박수를 보냈다.
고토 코치는 2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고시엔은 일본 야구인들에게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는 대회다. 실력이 있어도 우승은 하기 어렵다"며 "그 대회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는 정말 큰 일을 해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여름 고시엔 대회는 본선 무대조차 밟기 어려워 일본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전국의 3715개 학교가 참가해 49개 팀만 본선에 진출했는데, 재일 한국인들이 설립한 교토국제고가 이날 결승전에서 도쿄 간토다이이치고를 꺾고 왕좌에 오르는 꿈을 이뤘다. 경기가 끝난 뒤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NHK 전파를 타고 일본 전역에 생중계로 울려 퍼졌다.
고토 코치는 "나 역시 중경대 부속 고교 3학년 때 4강에 올라 고시엔 대회를 뛰어봤다"며 "우리 학교는 당시 명문고로 분류됐는데도 예상하지 못한 패배를 당했다. 학교로 돌아갈 때 다들 신칸센(일본 고속철도)을 뒷문으로 탈 정도로 분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올해 결승전에서 만난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는 모두 창단 첫 우승에 도전했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했고, 연장 10회까지 치열하게 맞선 끝에 교토국제고가 2-1로 어렵게 승리했다.
고토 코치는 "새 역사는 언제나 응원받아야 하지만, 신성현(전 두산 선수)의 모교이자 한국과 인연이 있는 교토국제고를 더 응원했다. 결승전을 본방송으로 시청하면서 실시간으로 신성현과 대화를 나눴다"며 "다시 한번 교토국제고의 모든 선수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했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직후 일본에 남은 조선인들이 자녀들에게 민족정신과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1947년 5월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모아 학교를 세웠다. 1958년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도 공식 학교로 인가해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중·고등학생 160여 명이 한국어·일본어·영어로 공부하고 있다. 학생 모집을 위해 1999년 야구부를 창단했고, 고교생 138명 중 61명이 야구부에 몸담고 있다. 재적 학생의 30% 정도가 한국계 학생인데, 현재 야구부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 국적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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