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마저 반대하는 SK이노-SKE&S 합병

합병 통과에는 문제없을 것이란 전망
국민연금·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변수

국민연금 서울지역본부. (매경 DB)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22일 제10차 위원회를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계약 체결 승인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책위는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사인 SK E&S 간 합병 비율에 대해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양 사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 가치를 장부가치가 아닌 시장가치로 평가해 산정됐는데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차전지 자회사인 SK온 부진에 따라 크게 하락한 상태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에게 불리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이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주총에서 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2대 주주지만 주식 보유량은 6.3%다. 특별 결의로 진행되는 합병은 주주총회 참석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는 SK(주)와 그 외 특별관계자의 우호 지분이 36.3%, 개인 24.9%, 외국인 20.9%, 기관 14.3% 등이다. 외국인 투자자 중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도 합병안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합병안 지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상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할 때는 반대 또는 기권할 수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한 SK이노베이션 지분 전부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은 6800억원 정도다. SK이노베이션이 준비한 매수 금액 한도는 8000억원인데 소액 주주들도 합병안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SK이노베이션은 조건을 바꿔 더 높은 한도로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금액을 지급할 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