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한은탓?...금리 동결에 훈수 두는 정부·여당
與 “현실적 고려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판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로 유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연속이다. 한은 설립 이래 가장 긴 기록이다.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됨에 따라 이어지는 내수 부진에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한은은 이날 결국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의 이같은 결정에는 최근 불안정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 흐름과 꺾일 줄 모르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선뜻 나설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이유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 신호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금융 안정 측면에서 지금 막지 않으면 조금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같은 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국민의힘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수 진작 문제에서 봤을 땐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내수 부진 현상 등 조금 현실적 고려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판단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도 “금통위의 독립적인 의사 결정권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이러한 목소리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가계대출 폭증세는 정부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연기가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가 탓이다. 앞서 정부는 7월로 예정돼 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돌연 2개월 연기했다.
지난 21일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기존 계획대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됐을 7월 한 달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4조2342억원 급증했다. 정부가 뒤늦게 ‘은행’들을 압박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지난달부터 5대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총 17차례나 인상하는 등 예대금리차만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실이 독립성이 보장되는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이에 대해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금리 동결이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뒤늦게 결정이 난 뒤에 아쉽다고 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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