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환자 유가족 "2주 만에 죽은 딸, CCTV로 겨우 확인"

유지영 2024. 8. 23. 1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 개혁연대' 출범, 국회에서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문제점' 토론회

[유지영 기자]

 W진병원 환자 사망 사건 유가족이 23일 오후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관련 국회 토론회에 직접 나서 사망한 딸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 유지영
지난 5월 부천 W진병원 환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신병원 내 인권 침해에 대응하는 연대체인 '정신병원 개혁연대'가 23일 출범했다.

이날 오후에는 W진병원 환자 유가족이 직접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의 문제점 및 인권옹호 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공개 발언에 나섰다. 이날 유가족만이 아니라 정신병원을 경험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대거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정신병원의 비인권적 실태를 증언했다.

W진병원 환자 고 박아무개씨의 모친은 이날 울음을 삼키면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W진병원에 입원했던 32살의 젊은 딸이 입원한 지 2주 만에 죽어서 돌아왔다"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W진병원은 유명 정신의학과 전문의 양재웅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씨의 모친은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 병원 영상을 확인했고, 죽는 날까지 신체가 묶인 상태로 안정제를 먹이는 영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씨 모친은 "당일 아파서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는데도 그 소리를 (병원 관계자가) 노랫소리라고 (왜곡해) 말하거나, 오줌을 쌌다고 부모에게 기저귀를 사 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죽은 이후 영상을 보고 알게 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친은 "W진병원 병원장은 사과하는 대신 변호인단을 전관예우 변호인으로 바꿨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우리 변호인이 돼주길 부탁한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박씨만 겪은 일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격리·강박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2022년 춘천예현병원 환자 사망 사건 유가족도 이날 토론회에 보낸 증언문에서 "병원에서 사망 위험이 높은 장시간 강박에 대해 격리·강박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시행한 이유가 피해자의 자·타해 위험이 현저히 높고 투약을 거부해 강박이 불가피한 정당한 치료였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CCTV 영상을 통해 자·타해로 위험한 장면이 없고 투약을 거부하지 않고 스스로 복약하는 모습을 보았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강박 문제는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이용하여 생명을 경시한 의료진의 비윤리적인 낮은 인권 의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강제 입원 과정을 가족들도 알지 못해 실종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박혜원 송파동료지원쉼터 이용 당사자는 "경찰에 의해 병원에 가는 길에 내가 몸부림을 치고 발길질하자 바로 작은 독방에 갇혔다. 가족도 내가 여기 갇힌 사실을 알 수 없었고, 어머니가 나를 찾으려고 실종 신고를 하고 CCTV를 보면서 나를 찾지 않았다면 나는 병원에서 영문도 모르고 갇혀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두 차례 강제 입원 경험이 있는 반희성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도 "신경안정제의 부작용에 시달리다가 단약했고 처음 발병 때처럼 망상에 시달리게 돼" 강제 입원을 한 경우다.

그는 이날 "끔찍하고 폭력적인 강박은 경찰서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부터 시작됐다. 내 팔다리를 이리저리 사정없이 꺾어서 꽁꽁 묶었고 승합차의 짐칸에 강제로 승차시킨 후 병원으로 향했다. 마치 화물이 된 기분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병원에서 일명 '코끼리(도 쓰러트린다는) 주사'라 불리는 진정제를 주입받고 의식을 잃게 됐다. 조금만 상식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이송과 치료 과정이 이뤄졌다면 나의 잃어버린 30대 시절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병원 내 격리 또는 강박 전부 폐지돼야 마땅"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정제형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격리 또는 강박은 전부 폐지돼야 하며 특히 강박의 경우 과도한 신체적 제한이자 치료적 방법으로서 적절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삭제돼야 한다"라며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강박의 방법으로 절대적으로 신체 제한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제한된 요건으로 격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제 입원된 환자들의 처우, 강제적 치료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그 실태를 점검받고 감독받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격리·강박에 대한 접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권익옹호 체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격리·강박에 대한 규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라면서 "정신병원 내 인권침해 방지 및 사후 대처를 위한 옹호 기관 설치를 검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