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화재 생존자 "샤워기 물 맞으며 소방대원 오기만을 기다려"

한지혜 2024. 8.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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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 화재에서 탈출 대신 화장실로 대피해 목숨을 구한 생존자의 증언이 전해졌다.

강원 강릉의 대학교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 A씨는 부천의 대학병원에 실습을 받으러 왔다가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부천 원미구 중동 소재 호텔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A씨의 호실은 당시 발화가 시작된 801호와 인접한 806호였다.

A씨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 객실 내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복도는 이미 회색 연기가 자욱한 상황이었다. A씨는 당장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판단에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대피한 뒤 119에 신고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A씨는 소방대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고 샤워기를 튼 뒤 소방대원의 구조를 기다렸다. 그는 "수건으로 입을 막고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소방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있었기에 이같이 행동했다"고 전했다.

A씨는 다행히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됐다.

22일 오후 7시39분쯤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호텔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A씨가 숙소에 남겨둔 짐을 찾으러 화재 현장을 다시 찾은 A씨 어머니는 "소방에 전화를 걸어 아직 아이가 있으니 다시 객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했고, 결국 우리 딸아이가 구조될 수 있었다"며 "딸아이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배웠던 덕분인데, 많은 분이 이런 정보를 알고,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가 머물던 806호는 최초 불이 시작된 객실로 추정되는 810호와 인접한 호실이다. A씨가 묵었던 객실에는 화재경보기 외 다른 소방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4년 10월 건물 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이 호텔은 허가 당시 스프링클러는 소방법상 의무 설치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에 모든 객실 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오후 7시39분쯤 발생한 이 호텔의 화재로 27명 투숙객 중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40대 여성과 30대 남성 등 2명은 소방이 구조를 위해 건물 밖에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리는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고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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