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철거' 전쟁기념관 가보니, 외국관람객 "한국 땅 맞나?"
[박수림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모습. 독도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철거된 곳을 외국인들이 지나고 있다. |
ⓒ 박수림 |
아이들 손 잡고 온 부모 "원래 어딨었나"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전날 전쟁기념사업회 측 해명에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독도 조형물이 전시돼 있던 자리에서 만난 대학생 이서준(18, 남)씨는 "공간이 넓어서 (전쟁기념관 측 해명에) 납득이 안 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만 둘러봐도 외국인과 어린이 관람객이 많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기회였는데 왜 굳이 없앴는지..."라며 "전쟁기념관처럼 상징성이 큰 공간에서 독도 조형물을 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모습. |
ⓒ 소중한 |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중학교 1학년 조카를 데리고 온 나인실(47, 여)씨는 기자에게 되레 "독도 조형물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줄 겸 방문하려고 전쟁기념관을 검색했는데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웠다"며 "전쟁기념관이 언급한 철거 사유는 핑계로 보인다"고 했다.
나씨는 "웬만한 조형물은 몇십 년간 전시하도록 제작되는 것 아니냐. 설령 보수가 필요하더라도 철거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 재설치 시점을 명시하는 게 맞다"며 "관람 동선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 최소한 관련 민원 내용과 건수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3·5학년인 두 아들과 경남 사천시에서 온 박수봉(51, 남)씨 부부도 "현재 정부의 역사기관장 인사, 대일 외교 등을 보면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독도 조형물은 (우리 영토를 설명함에 있어) 제일 중요한 조형물이다. 계속 유지돼야 하는데 (철거가)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이던 독도 조형물의 철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다. 왼쪽은 2014년 전쟁기념사업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독도 조형물 사진이고, 오른쪽은 본래 독도 조형물이 전시돼 있던 공간을 외국인들이 지나는 모습이다. |
ⓒ 소중한 |
온라인 상에서도 "민원을 작성하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21일 'X(옛 트위터)'에 "전쟁기념관 홈페이지 들어가서 로그인하고 (고객의소리 페이지에) 민원을 작성해 달라. 독도 팔아먹으려고 작정했나 보다. 서울 지하철도 그러더니 전쟁기념관도 이러네"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까지 1만 2000회가량 공유됐다.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23일 <오마이뉴스>에 "현재 전화 및 홈페이지 내 '고객의소리'를 통해 민원이 접수돼 파악 중"이라면서 "대략 수백 건 정도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도 조형물 보수 작업을 먼저 진행한 뒤 향후 전시 위치를 정할 것"이라며 "어디에 전시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286만 명이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휴관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약 1만 명이 다녀간 셈이다.
독도 조형물은 2012년부터 전쟁기념관 2층에 전시돼 있다가 지난 6월 예고 없이 철거됐다. 이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지면서 서울 지하철 역사 독도 조형물 철거 사례와 맞물려 논란을 일으켰다.
'독도' 사라진 용산 전쟁기념관, 이승만 얼굴 반복 재생
https://omn.kr/29wcy
▲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모습. |
ⓒ 박수림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명이 매달 1만 원씩 모으면 '제2의 오상욱' 키운다"
- 전 이사장과 교장의 잇따른 부고, 충암학원에 무슨 일이
- 대통령실 "오염수 검증에 1조 6천억 낭비, 야당 사과해야"
- 법과 정의 실종된 윤석열 정부, 폭염만큼 견디기 힘들다
- 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궁금한 것 이모저모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김건희 효과? 권익위의 명절 선물
-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통령실 이유 설명 없이 "관저 증축 불법 아냐"
- "건국 대통령" 여당 의원 30여 명 '이승만기념관 건립지원' 간담회
- 오마이뉴스 등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민언련 좋은 보도상 수상
- 온열질환자 발생, 8월에 이미 전년 규모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