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李 회담 연기된 사이… 오세훈, “지구당 부활 퇴행적…日 수준 핵 잠재력 갖춰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야 지도부의 지구당 부활 추진에 대해 “퇴행적 합의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2024 한국정치학회 하계학술대회 서울시장-부산시장 특별대담회’ 기조 연설에서 “정치 개혁은 정당의 ‘원내정당화’로 해야 한다”며 “지구당 부활에 양당이 ‘짝자꿍’이 맞는 것 같은데, 합의되면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한 대표가 처음으로 지구당 부활에 찬성하자 “정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오 시장은 2004년 지구당 폐지와 정치개혁을 이끈 ‘오세훈법’을 주도한 배경에 대해 “원외 당 대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체제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게 강한 신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 개혁 방향으로 “원외에서 왜 중앙당 대표가 필요한가. 원내 정당을 강화하고, 국회는 충실하게 법만 만들면 된다”고 제시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사무실 운영과 후원금 모집이 가능한 지구당은 2004년 소위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통과로 폐지됐다. 지구당 부활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찬성하면서 여야 대표 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의 지구당 부활 반대 메시지에는 ‘오세훈법’으로 대표되는 정치 개혁 이미지를 지키면서 여야의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 시장과 대담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 해소를 위해 선거제 개편과 개헌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정쟁이 과잉 되는 단 하나의 이유는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 되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정치 환경 때문”이라며 “다음 대선이 아니라 차차기 대선이 있는 2032년부터 실행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 “비례성이 확보되지 않는 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세훈·박형준 부산시장은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중앙 정부의 예산권·행정권의 과감한 지방 이양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오 시장은 “수도권·영남권·호남권·충청권의 4개 강소국 프로젝트로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개별 주는 각자의 발전 전략을 재량껏 필칠 때 경쟁력을 만들었다“며 “국세도 과감히 이전하고 중앙정부는 외교·안보만 하고 나머지 권한은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시장도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을 위해 확실한 거점도시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화된 북한의 핵무장 능력에 맞선 핵능력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오 시장은 “적어도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갖출 필요는 있다. 한·미·일 관계를 잘 활용해 핵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핵심적 책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중 관계에 대해 ”최첨단 과학기술 등을 제외하면 중국과 대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불이익이 최소화되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대담회를 준비한 조화순 한국정치학회장(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경제·정치·안보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정치권과 지식인 사이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미래 담론은 실종됐다”며 “미래를 위한 더 활발한 담론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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