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풍경 처음 본다"…사전매출만 31억, 임영웅이 또 '효자' 노릇하는 곳[포커스]
응원봉 흔들며 떼창…극장가 효자 노릇
코로나19는 많은 걸 바꿨다. 공간 플랫폼의 다양화를 위해 콘텐츠 수급을 고민해온 극장들은 팬데믹 이후 시장이 축소되자 다양한 시도로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팬데믹 기간 가수들은 오프라인 공연을 못 했고, 팬들의 응원봉에는 먼지가 내려앉았다. 소통이 막히자 가수들은 극장과 손잡고 '공연 실황영화'를 만들어 팬들을 불러들였다.
공연 실황영화는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공연에 인터뷰 등 뒷이야기를 곁들이거나 자전적 이야기로 구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있다. 특별관 극장에서 3면 상영 형식으로 공연을 보여주고, 별도 채널로 믹싱한 음향을 송출한다. 아예 극장 상영을 염두에 두고 콘서트를 하는 가수도 꽤 있다. 극장에서의 '떼창'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팬덤을 겨냥한 '헌정 영화'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돌만? 임영웅·남진 나란히 극장에탄탄한 팬덤을 겨냥한 '팬덤 영화'가 최근 잇따라 관객과 만나고 있다. 최초로 '오빠 부대'를 형성한 가수 남진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헌정 영화 '오빠, 남진'이 다음달 4일 대중에 공개된다. 광주·서울·부산 등 콘서트 현장과 ‘님과 함께’, ‘가슴 아프게’ 등 대표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해석한 무대가 담긴다. 1967년에 발매된 ‘마음이 고와야지’를 배경으로 젊은 시절 남진의 이야기도 곁들인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실황과 뒷이야기를 담은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을 오는 28일 개봉한다. 상암벌 입성을 준비하며 그라운드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무대를 설치하고, 별도의 장소에서 여러 번의 야외 리허설을 하는 등 1년여간 준비 과정이 공개된다. 조명과 영상으로 극대화한 무대와 헬륨 기구, 불꽃, 애드벌룬 등 다양한 연출이 특수관에서 즐기기 좋게 제작됐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은 첫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성 콘서트를 실황 영화로 만들어 지난 14일 개봉했다.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시네마'는 캐럿봉(팬덤 응원봉)을 흔들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보는 '싱어롱 상영회'를 진행했다. 상영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실시간 트렌드'(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해외 팬덤도 고려해 CGV명동, CGV동대문 등 일부 극장에서 외국어 자막 상영회도 열었다. 영화는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개봉했다.
다음달 18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정국: 아이 엠 스틸'이 극장에 걸린다. 정국의 솔로 앨범 준비부터 완성까지 과정과 다양한 무대, 미공개 인터뷰와 뒷이야기를 담았다. 정국은 지난해 솔로 활동을 시작해 아시아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HOT 100, Global 200, Global 200 Excl. US 1위를 석권한 바 있다. 영화는 해외 120개 이상 국가/지역 극장에 선보이며, 일본에서는 10월4일 개봉한다.
지난해 임영웅·BTS·아이유만 100억 벌어공연 실황은 다른 영화와 달리 제작비나 손익분기점을 공개하지 않는다. 저마다 제작 방식과 계약 관계가 달라 손익분기점 책정이 불가능해서다. 통상 제작에 투자한 비용이 많지 않아 "개봉만 해도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가장 많이 본 공연 실황 영화는 가수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었다. 전국 극장에서 25만702명을 모으며 매출액 60억5971만원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는 9만2539명을 동원해 20억3565만원을 벌었다.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는 8만7628명이 봐 매출액 20억5038만원을 달성했다. 임영웅, 방탄소년단, 아이유가 극장에서 달성한 매출액만 100억원이 넘을 만큼 파급력이 컸다.
올해 6월까지 개봉한 실황 영화 중에서는 '지오디 마스터피스 더 무비'가 4만1021명을 모아 매출액 9억3633만원을 거둬 1위를 달리고 있다. '슈가 어거스트 디 투어 '디-데이' 더 무비'(9억5648만원), '김준수 콘서트 무비 챕터 원: 레크리에이션'(6억8084만원) 순이다. 28일 개봉을 앞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사전 예매에서만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는 23일 사전 예매관객수 10만명을 돌파했고, 사전 예매매출액만 31억원을 넘겼다.
이제 극장은 문화생활을 위한 '필수 공간'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생겨난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해졌다. 관객들은 영화관을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찾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극장이 공연실황으로 또 다른 공연장의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CGV용산에서 만난 주영훈씨(42)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려면 피케팅(피+티켓팅)을 해야 하고, 더운 날에 땀을 흘리며 공연장에 가서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하지만, 영화관에서는 비교적 싼 값에 편안한 좌석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공연실황 영화 관람이 또 하나의 '덕질'(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일) 코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만난 이정미씨(29)는 가장 큰 매력으로 떼창과 굿즈(상품)를 꼽았다. 이씨는 "콘서트를 다녀왔지만, 영화로 보는 매력이 달라서 보러 왔다. 영화관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다 같이 노래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공연장처럼 굿즈도 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체험형 '팬덤영화'로 진화…가수·극장 맞손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 트렌드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실황 영화와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신작이 영화관에서 맞붙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분위기도 뜨겁다. 22일 임영웅의 공연실황 영화 언론시사회장에는 이례적으로 1000여명의 팬이 몰리며 주목받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극장에서 이런 풍경은 처음 본다"고 입을 모았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영화사 아워스 최유리 대표는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이 와주실 줄 몰랐다"고 했다. 최 대표는 "새벽부터 차단봉을 설치하고 장내를 정리했는데, 아침부터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오신 팬들이 많았다. CGV에서 응급지원 부스를 마련해 물, 포도당 캔디를 구비하는 등 준비를 많이 했는데, 질서정연하게 앉아계시고 소란 없이 즐기고 가주셨다"고 말했다.
공연 실황 영화를 단순히 '아이돌 팬'을 위한 상품으로 보는 시대는 저물었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며 '팬덤 영화'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시장 가능성도 상당하다.
가수 임영웅을 비롯해 그룹 세븐틴, 방탄소년단 정국 등 주요 실황영화 마케팅을 도맡고 있는 최 대표는 "가수별로 타깃 지향점이 다르다. 임영웅은 팬덤 ‘영웅시대’가 전국구에 포진돼 있어서 지방 극장에도 포토존을 마련하는 등 체험 공간으로 경험하게 했다. 방탄소년단은 대중 확장성을 고려해서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실황은 특전이 중요하다. 실제 콘서트장과 마찬가지로 영화관에서 팝콘 통, 음료 컵 등 다양한 MD상품(홍보용 상품) 판매를 진행하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선물도 받아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영관에서 'N차 관람'도 잇따른다. 최 대표는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응원법을 외치며 응원봉을 흔드는 싱어롱 상영회' 반응이 특히 좋다. 극 중 무대 분량이 많은 세븐틴의 영화는 일반 2D, 아이맥스, 스크린X, 4DX에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4DX로 보면 실제 콘서트장에 있는 것처럼 바람이 흩날리거나 비트에 맞춰 의자가 움직여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공연실황 영화가 극장가 '효자'로 꼽히는 만큼 영화관 사업자들은 가수와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극장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폭넓은 연령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이를 통해 영화관 주요 수익처인 매점에서 발생하는 일명 '팝콘 수익'이 늘어나고,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귀띔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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