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용카드사는 티메프 사태의 수혜자였나
[류승연 기자]
▲ 티몬·위메프 사태가 불거진 뒤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 시민들이 환불 및 구제 대책을 촉구하는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2024.8.2 |
ⓒ 연합뉴스 |
결과적으로 신용카드사들은 '티메프 사태' 직전까지 상품권깡이 가능한 카드를 운영하면서, 상품권의 주요 구매처였던 티몬·위메프에서 막대한 매출을 일으킨 꼴이 됐다. 반면 소비자들은 구입한 상품권이 휴지 조각으로 전락한 데 따른 피해를 오롯이 짊어지게 됐다.
상품권깡은 온라인상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구입한 뒤 상품권 액면가를 간편결제 업체 포인트 등으로 현금화 하는 재테크 방식이다. 대부분의 신용카드사들이 혜택을 주겠다며 월 구매 실적을 요구하고 있는데, 상품권깡을 통하면 사실상 무료로 카드사 혜택을 이용할 수 있어 티메프 사태 직전까지 '짠테크(목돈 마련을 위해 소비를 줄이는 재테크)'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류광진 티몬 대표-류화현 위메프 대표, 서울회생법원 출석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을 진행한다.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출석에 앞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이정민 |
여기서 6종 카드는 각각 삼성카드(삼성카드 & MILEAGE PLATINUM 스카이패스)·롯데카드(SKYPASS 롯데 아멕스카드)·신한카드(Hi-Point, 신한카드 Deep Oil)·BC카드(GOAT BC 바로카드, BC 바로 에어 플러스 스카이패스) 등이다. 재테크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드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 등을 통해 그동안 상품권깡 혜택을 볼 수 있는 카드로 유명세를 탔던 카드들이다.
한편 올 상반기 1000억 원대 상품권 거래 규모 중 '삼성카드 & MILEAGE PLATINUM(스카이패스)'의 결제 규모가 약 512억 6236만 원으로 50% 이상 차지했다. SKYPASS 롯데 아멕스카드 결제 규모도 약 255억 4096만 원에 달했다. 신한카드 2종(합계 155억 9400만원)과 BC카드 2종(합계 140억 8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올 상반기 결제 규모는 지난해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3년(1~12월) 6종 카드를 통한 티몬·위메프 내 상품권 결제 규모는 약 1396억 6752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6종의 카드 중에서는 'SKYPASS 롯데 아멕스카드'의 상품권 결제 규모가 지난해 전체 결제 규모(293억 4073만원) 대비 올 상반기(약 255억 원) 크게 늘었다.
눈여겨볼 지점은 티몬이 도서문화상품권을 '선주문' 받는 대가로 상품권을 최대 10% 할인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지난 6월, 상품권 결제 규모가 유독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70~90억 원대를 오가던 삼성카드 & MILEAGE PLATINUM(스카이패스)의 상품권 결제 금액은 6월 한 달간 119억 268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 5월 47억 9679만 원이었던 결제 금액이 6월 들어 60억 8660만 원으로 커졌다. 신한카드 2종·BC카드 2종의 6월 결제 규모 또한 각각 36억 7100만 원, 37억 500만 원을 기록하며 지난 5월 합계(신한카드 2종 28억 600만 원·BC카드 2종 24억 8000만 원)보다 크게 늘었다.
▲ 더불어민주당 장철민·이정문·오기형 의원실 주최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피해업체 긴급 간담회에서 피해업체 대표들이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테크 자체를 목적으로 출시된 카드 상품은 없다"면서도 "다만 마일리지나 포인트 적립률이 높은 카드 상품들이 일부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상테크족들의 타깃이 됐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품권깡' 자체가 불법인 건 아니다. 상품권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품권을 카드사 전월 실적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다만 상품권깡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에서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는 카드깡과 성격이 유사하다. 그런 만큼 일부 금융회사는 금융당국 눈치를 살피며 상품권을 전월 실적으로 인정해 온 자체 카드들을 없애온 게 사실이다(관련기사: '상품권깡' 부추긴 간편결제 업체들, 티메프 사태 피해 키웠다 https://omn.kr/29oqh).
이와 관련해 또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역시 '상품권깡'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면서도 "다만 금융 상품은 한번 출시되면 서비스를 맘대로 바꿀 수 없다. 혜택이 추가되는 등 소비자에게 이로운 방향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혜택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약관을 고쳐야 하는데,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 없이 상품권깡이 방치된 새, 결과적으로 티메프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구입한 상품권은 휴지 조각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에서 상품권을 구입했다가 문제가 돼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22일 오전 9시 기준 총 4815명이다.
이와 관련해 민병덕 의원은 "수수료에 눈먼 카드사들은 '상품권깡' 가능한 카드를 운영하면서 티메프 사태의 수혜자가 됐다"라며 "그런데도 이번 사태 이후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입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상품권깡'을 알면서도 방치해 왔던 금융당국 또한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다가오는 국감에서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명이 매달 1만 원씩 모으면 '제2의 오상욱' 키운다"
- 전 이사장과 교장의 잇따른 부고, 충암학원에 무슨 일이
- 대통령실 "오염수 검증에 1조 6천억 낭비, 야당 사과해야"
- 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궁금한 것 이모저모
- 65세에 잘해야 69만 4천원? 국민연금, 질문 있습니다
- 요리용 온도계를 들고 K팝 매장에 찾아간 이유
- [단독] 홍수 잦은 천변에 야구장? 대전시만 아는 '몰래 공사'
- "대단한 아이들"... 교토국제고 우승, 일본 언론은 이걸 주목했다
- "삼성은 참사 책임 에스코넥과 거래 중단해야"
- '권익위 국장 사망 핵심' 정승윤 부위원장, 국회 불출석 논란